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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법률칼럼]소년범 교화 근본대책 필요하다

이종일 기자I 2020.03.21 08:22:00

소년범, 가정에서 품지 못하면
소년원·위탁시설로 보내져
시설·인력 부족…교화 어려워

이데일리는 새해 들어 ‘인천 법률칼럼’을 연재합니다. 인천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칼럼을 통해 유용한 법률상식, 변호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 일상의 잔잔한 감동을 독자와 나눕니다.[편집자 주]
김은영 변호사.
[김은영 변호사] 이번에는 어떠한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일까. 소년사건 국선보조인 지정결정을 통보받고 사건기록을 받아보러 가는 내내 걱정이 든다.

우리나라 형법에는 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을 수 있는 자를 만 14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만 14~19세인 미성년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형법과 별개로 우리나라는 만 19세 미만인 자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혹은 위험이 있는 경우를 예상하여 다른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소년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소년법에 따라 범죄를 저지르거나 혹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소년들은 형사범이 아닌 소년범으로 분류되어 관할 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는다. 이 처분은 행위에 대한 판단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교화의 관점에 더 치중하여 행위의 정도, 아이의 현재 상태, 가정환경 등을 판단하게 되는데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아이의 현재 상태(행위의 정도나 현재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이를 반성하고 있는지 여부 등)이다. 그 다음으로 고려되는 것이 법정대리인의 가정환경이다.

소년보호사건에서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어 집이 아닌 소년분류심사원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국선보조인(꼭 변호사일 필요는 없으나 대부분 변호사가 선정됨)을 선정해줘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여기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서글픈 생각들이 많이 든다. 사건을 진행하게 되면 제일 처음 하는 일이 보호자들과 연락을 취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보호자들이 아이를 가능한 집으로 돌려보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맡은 사건의 보호자들은 삶이 힘들어서인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려하거나 아이들이 집에 돌아와도 자신들이 해줄 것이 없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이러한 사정을 들은 후 아이들을 만나보면 매우 특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가정의 품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보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이들은 돌아갈 곳이 없어 가정이 아닌 위탁시설이나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나에게 온 아이들 중 집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소년원 송치 처분으로 인하여 자신들은 버림받았다는 2차의 정신적 상처를 받게 되고 더 이상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재범을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담당 사건 중에서 어머니는 장애가 있어 거동이 불편하고 아버지는 일하다 다쳐 생계가 힘든 아이가 있었다. 형제를 2명 둔 이 아이는 생계가 어려워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였고 집을 나와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위해 범행을 수차례 저질렀다. 이러한 범행으로 이 아이는 수차례 소년보호처분을 받다가 결국 위탁시설감호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아이는 위탁시설에서 탈출하여 도망 다니다 경찰에게 붙잡혀 소년분류심사원에 격리된 채 나를 만나게 되었다.

통화 내내 자신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힘듬을 토로하는 아이 아버지의 긴 한숨과 고뇌는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고 아이의 아버지는 결국 남은 두 아이와 거동이 힘든 자신의 아내를 선택하여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현하였다. 수차례 긴 시간에 걸친 나의 설득에도 아버지는 끝내 거부하였고 나는 결국 아이가 갈 곳이 없다는 의견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와의 통화 후 아이와 한 차례 더 접견을 가졌는데 아버지의 의중을 들었던 아이는 절망하였지만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살고 싶어 했다. 이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우리 한 번 방법을 찾아보자”라는 것밖에 없었다. 이후 정말 놀랍게도 심리기일에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아이의 아버지가 재판정에 나와 아이에게 선처를 구하긴 하지만 집으로 돌려보내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고 결국 이 아이는 장기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소년원 이외에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위탁시설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보호받아야 할 소년들에 비하여 시설과 담당인력의 수가 매우 적어 적절한 교화·교육에 어려움이 큰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위탁시설 감호처분을 받는 것도 어렵고 위탁시설에 들어가 있는 도중 도망치거나 위탁시설 보호기간이 만료된 이후 갈 곳이 없어 아이들은 다시 비행에 노출되기도 한다.

소년법을 제정하게 된 이유가 한 번 더 기회를 주어 사회의 멋진 청년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것인데 운영하고 있는 부차적인 제도들이 법에 따르지 못하여 교화에 효율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대에 극악한 범죄들이 아이들로 인하여 행해지고 소년이라는 이유로 경미하게 처벌을 받고 지나가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이냐는 국민의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사건들이고 사랑을 받지 못하여 가정의 관심을 갖고 싶어 일탈을 행하는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보여진다. 옛 시절보다는 많이 성숙해진 우리 아이들을 마냥 비난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왜 그러한 행위를 하였는지 찾아보고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과 여러 기관들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은영 변호사 이력

△인천가정법원 소년국선보조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인천지부 감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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