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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in][4th 스페셜]`뽀로로 아빠` 김일호 대표

김유정 기자I 2011.08.18 09:04:43

“콘텐츠사업, 숫자보다 창의성을 봐야죠”

마켓in | 이 기사는 08월 18일 08시 34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국내 금융시장은 아직도 콘텐츠 사업에 대한 투자에 갸우뚱합니다. 성공 사례를 아직 접해보지 못해서 일겁니다. 콘텐츠 사업에 대한 투자는 투자 시점에 대한 감각, 투자대상의 창의적 능력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 김일호 오콘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 오콘(OCON)의 김일호 대표(사진)는 지난 15년간 회사를 일궈오는 동안 두 번의 외자유치를 받았다. 투자자였던 KT가 나가면서 골드만삭스 계열 사모펀드 트라이엄프 인베스트먼트(Triumph II Investments)와 대만 계열의 자금도 받았다.

지난 2006년 골드만삭스로부터 1000만달러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골드만삭스는 현재 오콘의 2대 주주(지분율 29.76%)가 됐다. 당시 골드만삭스 외에도 AIG, 씨티그룹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오콘의 투자에 관심을 보이며 텀시트(Term Sheet, 세부계약 조건을 담은 문서)를 제출했지만 국내 투자자중엔 관심을 보인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김 대표는 “콘텐츠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매출액 등과 같은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을 따져봐야 한다”며 “당시 외국계 투자자들은 오콘의 창의력과 향후 성장 가능성 등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놀라울 정도로 꼼꼼하게 평가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당시 오콘은 `선물공룡 디보(Dibo)`를 제작하고 있었다. 그는 “뽀로로와 같이 성공적인 캐릭터가 있다면 투자해보겠다`는 얘기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하지만 뽀로로처럼 이미 성공한 캐릭터는 투자 니즈가 적다”고 말했다.

외자유치를 받는 등 어려운 과정도 있었지만 뽀로로는 어느덧 전 세계 110개국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우뚝섰다. 최근 미국의 디즈니사(社)의 뽀로로 인수 제기설이 뜨거운 논란이 될 정도로 뽀로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놀라울 정도다. 뽀로로는 내년 영화로도 개봉될 예정이다.

오콘은 뽀로로 캐릭터를 활용해 패션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같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면서 오콘의 기업공개(IPO) 여부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아직 상장은 이르다”고 일축했다. 그는 “상장을 바라는 주주도 물론 있다”며 “하지만 패션사업 등 신규사업 진출 등을 통해 회사의 이익을 좀 더 늘리고 상장 요건을 갖춘 뒤에 생각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사업에 대해 국내 기관들이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데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의문이 크다. 성공한 하나의 캐릭터가 회사의 꾸준한 성장을 이끌기는 역부족이라고 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수년간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여러 캐릭터들이 꾸준히 사랑받지 못한 것도 결국 같은 이치”라며 “인기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영속성을 주기 위한 끊임없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캐릭터의 스토리 등을 발전시켜주는 투자를 지속해야 하고, 브랜드 관리도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하나의 트렌드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즈니사가 `미키마우스`를 100년에 걸 쳐 사랑받는 캐릭터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관리와 투자 덕분인 셈이다.

오콘은 뽀로로 이후 차기작을 준비중이다. `‘팡팡 펀치맨`’이 그것. 뽀로로가 영유아를 타깃으로 했던 것과 달리 이번 펀치맨은 초등학교 2~3학년 어린이를 타깃으로 할 예정이다. 주인공인 펀치맨은 곰으로 결정됐다. 김 대표는 “콘텐츠 사업의 처음과 끝은 무조건 좋은 작품”이라며 “재무제표는 두 번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뽀로로를 통한 사업확장과 동시에 펀치맨을 새롭게 내놓아 지속 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콘텐츠 사업을 위한 인프라, 특히 금융 인프라와 투자시스템, 기업평가제도 등이 성숙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일호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LG전자 디자인연구소를 거쳐 1996년 CGI(Computer Generated Image) 애니메이션 전문 스튜디오 오콘을 설립했다. 1997년 실시간 애니메이션 시사만평 `나잘난 박사’를 개발, SBS에 방영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 ‘뽀롱뽀롱 뽀로로(The little Penguin Pororo)’, 2006년 ‘선물공룡 디보(DIBO The gift dragon)’를 탄생시켰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4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4호 마켓in은 2011년 8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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