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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일반주주 지분 82만원에 사라"…남양유업 강타한 행동주의

지영의 기자I 2023.02.27 08:08:36

'행동주의' 차파트너스 운용, 대대적 주가부양 카드
일반주주 지분 50% 82만원에 공개매수 제안
보통주·우선주 2만원대 배당 요구
5:1 액면분할도..."우선주 상장폐지 방지"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가 이번에는 남양유업(003920)을 강타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최근 남양유업 측에 일반주주 지분 50%를 주당 82만원에 공개매수, 액면분할 등 주주가치 제고에 방점을 둔 4가지 주주제안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대주주 리스크 및 지분매각을 둘러싼 법적 분쟁 등으로 장기간 훼손된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 앞 모습. (사진=뉴스1).


◇ “남양유업 주주 피해 회복”…대대적 주가부양 카드 들이민 차파트너스운용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날 남양유업에 대한 주주제안을 밝히고 공개 캠페인에 돌입한다. 지난 15일 남양유업 이사들에게 내달 열릴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4가지 주주제안을 사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날 기준으로 남양유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 3%(2만447주)를 보유한 상태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주제안 내용은 △일반주주 지분(보통주·우선주)을 주당 82만원에 공개매수할 것 △우선주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5대1 액면분할 △비영업자산을 재원으로 보통주 주당 2만원·우선주 주당 2만50원의 이익배당 △독립적인 감사 후보(거버넌스 전문 심혜섭 변호사) 선임 제안 등이다.

주주제안이 내달 주총에 실제 의안으로 상정되고, 일부 통과될 경우 남양유업 주가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통상 시장에서 공개매수 시행 시 주가가 급등해 매입 기준가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남양유업 주가는 지난 24일 종가 기준 61만원, 우선주는 34만9000원을 기록했다. 특히 우선주의 경우 오는 6월30일까지 20만주 이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상장주식수 미달로 익월부터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될 상황으로, 액면분할 논의가 극히 주요할 상황이다.

이번 주주제안에는 주가부양을 통한 주주피해 보상 성격이 강하게 반영됐다. 차파트너스운용 측은 남양유업의 경쟁력 자체는 문제가 없음에도 경영상 문제로 인해 오랜 시간 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리점 갑질과 오너일가 중심으로 경영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익편취를 포함한 잇단 의혹, 코로나19 억제효과 발표 논란 등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주가 폭락을 겪었다는 비판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가 지난 2021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가 소외된 문제도 비판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통상 지배지분 인수합병(M&A) 거래 과정에서 일반주주들도 같은 가격대에 공개매수 기회를 부여하지만, 남양유업 지분 거래의 경우 지배주주 이외의 44%대 일반 주주들에게는 지분 매각 기회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후 홍 회장 일가와 한앤컴퍼니 사이에서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장기화하면서 주주 피해도 지속됐다. 차파트너스가 이번 주주제안에서 공개매수 가격을 82만원으로 잡은 배경도 당시 소외됐던 주주들에게 M&A 효과를 공유하는 취지다.

◇ 3월 주총 의결권은 홍원식 일가에게 ‘칼자루’…일반주주 참여도 관건

차파트너스운용의 주주제안 성사 여부는 사실상 홍 회장의 행보에 달렸다. 최근 한앤컴퍼니가 법정 공방에서 남양유업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이어왔지만, 내달 열릴 주총의 의결권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차파트너스운용이 제안한 자기주식 공매매수, 액면분할, 배당 안건 등은 약 53%대 지분을 보유한 홍 회장 일가의 결정에 달려있다.

다만 독립적인 감사 선임안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일반주주들의 참여가 성공 여부를 가를 수 있다. 감사 선임의 경우 상법상 3% 룰이 적용돼 상장사가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시에 주요주주가 보유 의결권의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3% 룰을 적용한 남양유업 일반주주의 감사 선임 의결권 비율은 87.2% 수준으로, 일반 주주들이 다수 참여해 지원할 경우 선임 가능성이 높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운용 본부장은 “이번 남양유업에 대한 주주제안의 목표는 기업가치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다. 이 안건들의 가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홍 회장은 재판의 최종 결과와 관계 없이 내달 주총에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일반 주주들의 권리 회복을 위한 안건에 찬성표를 행사애 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일 내에 남양유업의 지배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진 한앤컴퍼니 측에도 협조를 요구했다.

김 본부장은 “한앤컴퍼니는 상장사 지배주주 지분을 인수한 이후 전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모범적 경영을 해온 곳”이라며 “우리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에 홍 회장이 찬성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길 바란다. 이번 배당 요구는 시장 평균 수준이고, 장기간 낮았던 주주환원율과 비영업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활발해진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은 이번 차파트너스운용의 합류로 열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도 얼라인파트너스가 7대 금융지주와 SM엔터테인먼트,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안다자산운용이 KT&G 등에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전개했다.

시장 전문가는 거세진 행동주의 바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잇단 행보가 주식시장이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시장의 다양한 의견이 경영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경로로 작용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사주 매입에 대한 요구, 액면분할 등은 투자자의 투자 편의성을 높이고, 주가부양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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