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질린 뭉칫돈]④지방·외국계銀 0%대 정기예금…시중은행 따라갈 듯

이승현 기자I 2020.03.23 06:00:00

"0%대 금리 상징성에 결정 어려워"…눈치보기
대출금리 하락세 맞춰 예금금리 조정 불가피
일부 지방·외국계銀, 먼저 금리인하 나서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컷(big cut·큰 폭 금리인하)’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 인하 시기와 폭 등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0%대 정기예금 금리’가 불가피해졌지만 당장 바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 16일 기준금리 0.5%포인트(1.25→0.75%) 인하 후 시장금리 움직임 등을 모니터링하며 전반적인 예금상품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통상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후 1~2주의 시차를 두고 예금금리를 내려왔다. 이번에는 금리인하 시기와 인하폭을 두고 결정이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은행은 지난해 10월 16일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예·적금 상품 전반의 금리조정을 이달 들어서야 했다. 지난해 말 은행권의 ‘오픈뱅킹’ 경쟁 때문에 4개월 넘게 금리조정을 미뤄온 것이다. 예금금리를 낮춘 지 아직 2~3주 정도가 지난 현재 신속한 추가 인하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0%대 정기예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부담이다. 현재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국민은행 국민수퍼정기예금 연 1.05% △신한은행 신한S드림정기예금 연 1.1% △하나은행 하나원큐 정기예금 연 1.1% △우리은행 우리슈퍼주거래정기예금 연 1.15% 등이다.

정기예금 금리가 0%대에 그친다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은 데다 예금수요가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실제 지난 2월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46조4913억원으로 전달(647조3449억원)에 비해 8536억원 줄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예금금리 0%대는 은행들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다른 은행의 움직임을 참고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향후 대출금리 하락세가 예상되는 만큼 예대마진 등을 감안하면 예금금리 하향조정을 미루기는 어렵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다음달 중순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의 수신상품 금리를 반영해 산정하는데 이달 들어 예금금리를 낮춘 은행들이 많기 때문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및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17일부터 전달에 비해 각각 0.11%포인트와 0.03%포인트 낮아졌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방은행과 외국계은행은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섰다. DGB대구은행은 20일부터 예·적금 상품 금리를 일제히 0.2~0.6%포인트 내렸다. DGB주거래우대예금과 IM예금의 1년 만기 기본금리는 1.21%에서 0.81%로 내려갔다. BNK경남은행도 19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0.2%포인트씩 인하했다. 한국씨티은행도 19일부터 거치식예금(개인 기준) 1년 만기 기본금리를 1.0%에서 0.7%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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