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성공 변수된 '상가'…"100억 손실 부르기도"

황현규 기자I 2020.01.31 06:20:00

개포주공1단지 주민-상가 협의 불발
2년 사업 지연 시 100억 이상 손해
13년 간 관련 법적 분쟁 76건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는 상가와의 충돌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상가 측은 대지 750평에 대한 대가 1000억원과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는데 협조하는 조건으로 300억원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조합 측과 상가 측은 합의를 시도했으나 결국 부결되면서 사업시행변경인가도 어려워졌다. 관할인 강남구청은 조합 측과 상가 측의 재건축 관련 합의서 이행을 전제로 한 사업시행변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미성크로바 아파트도 설계안을 두고 조합 측과 상가 측이 갈등 중이다. 단지 내 위치한 상가 85개 상인들은 조합 측이 제시한 설계안이 상가 운영에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상가 측의 입장이 설계안에 반영되지 않을 시 법적 분쟁도 고려 중으로 알려졌다. 잠실미성크로바 설계안은 현재 서울시 건축 심의를 받고 있다.

◇조합설립부터 관리처분까지…매 단계마다 분쟁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재건축 사업의 주요 변수가 됐다. 조합 설립 및 설계안을 둘러싼 주민과 상가의 갈등으로 재건축 사업이 최대 10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지연 시 이자 비용 등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적극 나서 갈등을 중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재건축 관련 주택-상가 간 소송 건수는 총 73건에 달한다. 사유별로는 △소유권 이전등기(19건) △관리처분계획취소(15건) △토지분할(14건) △조합설립인가 무효(13건) 등 재건축 과정 전반에 걸쳐 있다.

문제는 조합-상가 간 갈등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연 될 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사업지연으로 인한 이사부담과 물가상승으로 사업비가 증가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3월 준공을 완료한 서울 강동구 길동 진흥아파트는 철거 완료 후 상인들이 관리처분인가 변경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 2년 이상 재건축 사업이 지연된 바 있다. 단지 측은 이자비용 등 사업지연 비용으로 100억 이상을 소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언급한 개포주공1단지도 사업시행변경인가 지연으로 분양가 상한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신동아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전경 (사진=이데일리 DB)
◇지자체 개입 필요…상인 입주권도 고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정비 사업 지원 기구(한국감정원·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적극적으로 주민-상가 간 갈등 중재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사전협의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까지 지자체는 주민-상가 간 협의를 당사자에게 요구할 수 있으나, 이를 직접적으로 나서서 참여할 의무는 없었다. 중재자가 없다보니 주민-상가 간 갈등이 불필요하게 장기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강현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조합설립 전부터 준공까지 재건축 전 과정에서 지자체 등 중재자들을 세워두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합의 가이드라인까지 설계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합의가 나올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이 나서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상가 측에 입주권을 보장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강 책임연구원은 “상가 소유주 대부분은 오히려 입주권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이들의 입주권을 보장해 불필요한 갈등 비용을 줄이는 것이 양 측에 이익이 될 수 있다. 공사가 10년 길어지는 것보다는 서로 한발 양보하는 게 낫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서초구 신동아아파트는 상가 측과의 ‘입주권 협의’를 통해 3년간의 법적 분쟁을 끝낸 바 있다. 조합 관계자는 “상가 측의 입주권을 보장해 상가의 이득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빠른 공사 진행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까지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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