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책임 강화에 촘촘해진 안전망…공공기관 산재 사망 1년새 '46명→25명'

김소연 기자I 2020.05.28 05:00:00

[공공기관 대해부]⑤산업재해
2년 연속 사망자 0명 기관 동서발전 등 총10곳
도로공사·환경공단·남동발전은 사망자 늘어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지난해 공공기관 작업장 사망사고가 급감한 데는 고(故) 김용균씨 사망사고를 접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큰 몫을 했다.

“공공기관 작업장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는 단 한건이라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시정하고 책임이 큰 기관장은 사표를 받으라”는 문 대통령 지시에 정부는 부처 합동으로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을 마련해 안전관리·감독을 강화했다.

특히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 대해 원청사인 공공기관의 책임을 강화한 게 산재 사망자 수를 줄이는데 크게 일조했다. 산재 사망자가 대폭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후진국형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관리·감독 범위를 확대하고, 발주자 및 원청의 처벌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주최로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지역난방공사 안전관리 낙제생에서 우등생으로

25일 이데일리가 ‘2019년 공공기관 발주공사 재해 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주요 24개 공공기관(연간 발주 공사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이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재해자(부상자+사망자)는 총 1220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사망자는 25명이다. 2018년에는 46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수는 전년과 비교해 45.6%(21명) 줄었다.

24개 공공기관의 평균 재해율(근로자 100명당 재해자수)은 0.59%, 사망 만인율(1만명당 사망자 수)는 1.22퍼밀리아드(이하 단위 생략)다. 지난해 건설업 평균 재해율이 1.09%, 사망 만인율이 2.08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4개 공공기관이 발주상 사업장의 재해율과 사망만인율은 건설업 평균을 밑돈다. 지난 2018년에는 재해율은 건설업 평균보다 낮았지만 사망 만인율은 평균보다 높았다.

정부가 공공기관 안전관리를 강화한데 힘입어 사망 만인율은 2018년 2.27에서 1.22로 1.05포인트 낮아졌다. 노동자 1만명 당 2명 이상 사망에서 1만명 당 1명 사망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사망자 수가 0명인 안전관리 우수기관은 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공항공사·인천항만공사·한국수력원자력·부산항만공사·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한국동서발전·한국가스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중부발전 총 10곳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1년새 안전관리 낙제생에서 우등생으로 거듭났다. 지난 2018년 사망 만인율이 5.49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은 덕에 사망 만인율 또한 ‘0’를 기록했다. 한국농어촌공사도 사망 만인율이 4.93(2018년)에서 0.98(2019년)로 급감했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산업 재해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중대 재해에 귀책 사유가 있는 기관장 해임 건의까지 추진하는 등 안전중심 문화를 조성하면서 산재 사고가 크게 즐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도로공사 등 4곳 사망자수 늘거나 그대로

반면 전혀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곳들도 있다. 한국도로공사·한국환경공단·한국남동발전·한국철도공사(코레일) 4곳이다.

한국도로공사는 2018년 5명이었던 사망자 수가 2019년에는 6명으로 오히려 1명 늘었다. 한국환경공단은 2018년 0명이던 사망자가 지난해 3명이나 발생하는 역주행을 했다. 이어 한국남동발전(0명→1명)·코레일(1명→1명)으로 나타났다.

사망 만인율이 가장 높은 기관도 한국환경공단(11.2)이다.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작업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 1만명 당 11명이 사망했다는 의미다. 한국환경공단의 지난해 발주금액은 4652억원이다.

사망 만인율이 건설업 평균(2.08)보다 높은 공공기관은 한국환경공단을 비롯해 코레일(5.06)·한국수자원공사(3.59)·한국도로공사(3.55)·한국남동발전(3.19) 5곳이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발주 공사에서 사고 사망 2명이 발생했고 1명은 지난 2006년 발생해 지난해 사망한 경우”라며 “올해 건설시공사 규모별 맞춤형 안전 컨설팅을 하고, 중소기업 현장의 경우에는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중대재해 제로화 목표를 세우고, 시니어 안전패트롤을 고용해 이들이 현장에 다니면서 기본 수칙 등을 점검하도록 하고, 안전점검 자문단도 활용해 다중 안전 점검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망사고 발생시 원청·발주자 책임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산업안전법상 발주사의 의무·책임은 안전·보건 대장을 작성하는 수준이어서 공공기관이든 민간이든 발주사가 안전에 대해 큰 역할을 못하는 구조”라며 “산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발주사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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