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남·북 '이산가족 상봉' 생색내기만…독일식 교류 허용해야"

원다연 기자I 2018.08.10 06:00:00

김경재 남북이산가족협회 대표 인터뷰
"우선 생사부터 확인하고 만나는 건 다음일"
"이벤트식 상봉보다 지속적 교류 허용해야"

김재경 남북이산가족협회 대표가 일본 주소를 통해 북한측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 (사진=원다연 기자)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남이고 북이고 이산가족 문제를 대외적 선전 이벤트로만 다루고 있네.”

지난 8일 서울 중구 수표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재경(87) 남북이산가족협회 대표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행사 얘기를 꺼내자 이같이 말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지난 1950년 19살 당시 부모님과 여동생을 함경남도 북청군에 남겨둔 채 남한으로 내려온 김 대표는, 1990년대부터 일본에서 무역중개업을 하며 이산가족들의 교류를 도왔다. 지난 2012년부터는 통일부에서 허가한 이산가족 민간교류 지원 단체인 남북이산가족협회에서 주로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북측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편지 교환 등을 안내 및 지원해주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더 커졌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이산가족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겠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다”며 “그런데 또 100명씩 상봉을 한다고 하니 허탈하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를 협의’하는데 합의하고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기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6일 금강산에서는 남측에서 93명, 북측에서 88명이 상봉에 나선다.

김 대표는 그러나 이 같은 소규모 상봉행사는 결코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이건 절대로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이북 정부나 우리 정부나 이산가족 문제를 인도적 입장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질적인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전면적인 생사 및 주소확인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정부에서는 이산가족 등록자 중 사망자를 제외한 5만 6000여명을 상봉 대상자로 보지만, 실질적으로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하면 상봉 행사에 갈 수 있는 대상자는 1만명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며 “먼저 생사부터 알고, 그 뒤에 안부를 주고받고, 그 뒤에 만나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상봉행사 역시 남과 북에서 각각 100명을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이산가족이 고령화되면서 건강 등의 문제로 양측에서 각 10명 안팎이 상봉을 포기했다.

그는 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통해 이미 가족을 만난 이들도 지속적인 교류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김 대표는 “주소만 알면 제3국을 통해 지속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공식 상봉을 통해 북측 가족을 만나고 온 2000여명 가운데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며 “협회가 이 같은 교류를 주선하기 위해 통일부나 대한적십자사에 문의해도 이를 알려주지 않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고령화로 이산가족 1세대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단발적인 상봉이 아닌 분단 독일과 같은 지속적인 교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분단 독일은 통일 30여년 전인 1960년대부터 연금수혜자인 고령 이산가족을 우선 대상으로 연간 횟수를 정해 동서독 간 방문을 허용하고, 서신이나 전화 연락 등도 가능하게 했다. 김 대표는 “남북이 더 이상 이산가족 문제를 놓고 생색만 내지 말고 옛날 독일식으로 교류를 허용하는 게 실질적인 희망을 찾아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재 남북이산가족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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