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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교 1·3학년에서만 수업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 일부 고교에서는 한국사 수업을 1학년·3학년에 나눠서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를 1학년 때 배우고 3학년에 수능 대비용 복습과 다른 과목 자습 시간으로 활용하려는 계산이다.
앞서 정부는 2017학년도 수능에 한국사를 필수 응시 과목으로 지정했다. 학생들이 6·25전쟁에 대한 사실관계나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등 근·현대사의 핵심적인 사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탓이다.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것은 24년 만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14년부터 고교 한국사 필수 이수 단위를 5단위에서 6단위로 늘렸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한국사 수업은 3년 동안 6단위로 두 학기 이상 연속해서 편성하게 돼 있다. 예컨대 1학년 1학기·2학기나 1학년 2학기·2학년 1학기를 연속해서 편성하는 교육과정을 짜야 한다.
일부 고교에서는 한국사 과목을 1학년·3학년에 분리해 배치하고 있다. 서울 A 고교 교감은 “한국사는 수능에서 절대평가를 시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느슨하게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50점 만점을 목표로 공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수능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사 중요도가 떨어지다 보니 학생들에게 한국사 공부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심지어 한국사를 3학년 수업으로 몰아넣으려다 교육당국 등의 재검토 요구를 받고 수정한 경우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대입 준비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사 수업을 몰아 편성한 뒤 자율학습 시간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 B 고교 교장은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취지에 역행해 대입만을 위해 한국사를 3학년에 몰아넣으려 하기도 했다”며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알아서 공부하거나 학원에서 배우라는 식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도 한국사 괄시…서울대 ‘3등급도 만점’
대학들이 한국사에 대해 낮은 기준을 제시한 것도 한몫했다. 서울대는 한국사를 대학별 환산점수 3등급까지 만점을 줬다. 연세대·고려대는 인문계열은 3등급·자연계열은 4등급까지 만점을 준다
대다수 대학들이 인문계열 4등급·자연계열 5등급부터 점수를 깎다보니 변별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지난 2017학년도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이 21.7%(12만227명)였으며 전체 학생의 57.5%가 3등급 이상을 받았다.
경기 C 고교 진학 부장은 “서울 상위권 대학도 요구하는 한국사 등급이 낮고, 지방 대학의 경우 한국사 성적만 있으면 된다는 이른바 ‘한국사 패싱’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 고교는 오는 20일까지 교육과정 편성 최종안을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교에서 제출한 교육과정 계획안을 검토 중”이라며 “입시를 목적으로 1·3학년으로 나눠서 한국사를 편성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수업 배치가 있어 검토 의견을 내려보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사 과목을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취지에 부합하도록 수능 가중치를 늘리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재하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는 “한국사를 6단위로 늘리고 필수로 지정한 것은 우리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사랑하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대입만을 목적으로 수업을 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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