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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내 첫 회생·파산 전문법원' 서울회생법원에 바란다

이연호 기자I 2017.04.06 06:00: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달 국내 첫 회생·파산 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이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 1998년 서울행정법원 설치 이래 20년 만의 전문법원 출범이다. 서울회생법원 출범 이유는 간명하다. 회생·파산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회생·파산 사건이 급증하고 이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회생·파산을 전문적으로 처리할 필요성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나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환란 당시인 지난 1998년보다 300곳 이상 늘어난 1675곳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렇다보니 회생의 주요한 방법 중 하나인 회생인가전 인수·합병(M&A)을 위한 매물 역시 넘쳐 나고 있다.

더욱이 조선·해운, 철강, 건설 등 주요 산업의 장기 불황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매물은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동안의 실적은 변변치 않다. 지난해 경남기업, 삼부토건 등의 건설사와 STX조선해양, 고성조선해양 등의 조선사는 거듭된 매각 시도에도 번번이 매각이 좌절됐다. 호황기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런 회사를 사려는 원매자들이 실종된 탓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계의 숙원이었던 전문 회생법원 출범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당연지사다.

매각이 실패하고 지연되다 보면 아무래도 기업 가치는 점차 떨어지고 매각은 더욱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사람의 생명처럼 기업 회생에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이 때를 놓쳐 파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이면엔 책임을 회피하려는 법원과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채권단이 있었다. 때론 법원이 중심을 잡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 필요도 있다. 필요하다면 원리·원칙만 따질 게 아니라 원매자들에게 입찰이나 실사 과정에서 일정 부분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는 유연한 사고가 뒷받침 돼야 가능한 일이다. 연장선상에서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과 기업회생절차의 장점만을 딴 새로운 구조조정 방식인 ‘한국형 프리패키지 제도’(PrePackaged Plan·P플랜)의 빠른 정착을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 아홉 바늘의 수고를 던다’는 격언을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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