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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F 2015]토머스 사전트 "美금리인상 겁내지마라…세계경제엔 희소식"

이정훈 기자I 2015.06.17 07:15:00

[이데일리 제6회 세계전략포럼]
`노벨경제학상`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석좌교수 인터뷰
"환율전쟁, 매우 힘든 문제..美·韓 빠른 금리인상 어려워"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석좌교수. 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진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약하다. 미국 기준금리만으로 전세계 금리가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미국 금리 인상은 미국과 전세계 경제에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은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석좌교수는 지난 11일 이데일리가 주최한 제6회 세계전략포럼(WSF)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연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을 걱정하는 투자자들에게 “겁 먹을 필요가 없다”며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사전트 교수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경쟁적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환율전쟁에 대해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하며 연준도 달러화 강세로 인해 빠르게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며 이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될 것으로 점쳤다.

다음은 사전트 교수와의 일문일답.

-미국은 서부 실리콘밸리와 동부 실리콘앨리라는 거대한 벤처와 스타트업 요람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강점은 무엇인가.

△흥미로운 점은 2~3주일쯤 전에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장문의 기사인데, 그 헤드라인은 ‘실리콘밸리는 한국의 서울에게 배워야할 게 많다’는 것이었다. 기사는 한국의 벤처기업들의 놀라운 발전상에 관한 것이었고 서울에 있는 벤처들이 다양한 신기술을 통해 미국 기업을 앞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리콘밸리도 이 점을 배워야 한다고.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항상 뭔가를 배우려고 하는데, 그들이 배우려고 하는 주체가 바로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두 가지 입장이 있는데,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다. 일단 개인적으로 삼성전자의 여러 기기들을 가지고 있고 삼성 제품의 열혈 이용자다. 정말 독창적인 기능들이 많다. 이것이 한국 경제의 창의성을 대변한다고 본다. 또 하나는 한국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인데, 민간기업과 벤처기업이 소규모 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커가도록 하고 기업가 정신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해하는 창조경제의 의미는 꽤 긍정적이다.

-추가로 창조경제에 대해 조언할 것이 있다면.

△한국인들은 정말 똑똑하다. 한국 정부 관료들도 매우 사려깊고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창조경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할 것으로 믿는다. 다만 정책이 한국에서 기업하려는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도록 돕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창조경제로 나아간다는 것은 외국 기술을 모방하고 수입하는데서 출발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데까지 넘어가는 힘든 과정을 겪는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벤처자본이 필요하며 실패를 맛보면서도 지속적으로 시도해 성공해내는 영세기업들도 필요하다. 한국 정부도 이런 점을 이미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만나본 한국 학생들은 어땠나.

△지난 2013년부터 3년 반동안 서울대에서 강의했는데, 당시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가르쳤다. 학생들에게 큰 애정을 가졌다. 그 학생들은 똑똑하고 성실하며 지적 호기심이 강했다. 그래서 함께 있으면 즐거웠다. 다만 한 가지만 바꾸고 싶은 게 있다면,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고등학생들은 너무 큰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너무 공부에만 치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지 않아도 한국 학생들은 정말 빼어나다.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는 선진국들처럼 낮은 성장률을 지속해왔다. 이것이 구조적인 문제인가, 아니면 단순한 경기순환적 문제라고 보는가.

△생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은 아직까지 개발이 마무리된 선진국으로 보긴 어렵다. 미국은 1800년 이후 무려 200년간 그런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상황을 겪었다. 당시 미국은 연평균 1.8~2.0% 정도의 성장을 보였다. 그 기간동안 미국은 세계 경제에서 프런티어의 지위에 있었다. 2%의 성장이 이어지면서 국민들도 부유해졌다. 그러나 이후 성장률은 훨씬 더 낮아졌다. 중국도, 한국도 가파르게 성장하다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은 과거 미국처럼 프런티어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낮아진 성장률 자체가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 현재 정도의 성장률만 유지한다면 괜찮을 것이다. 다만 이제 한국 경제는 미국이나 유럽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하려고 한다. 그 시기가 언제쯤이라고 생각하는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말대로라면 연준은 그저 경제지표나 시장상황에 반응할 뿐이다. 연준은 항상 기준금리가 낮다고 말하면서 노동시장과 글로벌 경제 여건, 상품시장 등을 이유로 거론하며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한다. 연준은 상황이 적절해지면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결국 연준이 경제와 시장을 선도하는 게 아니라 수동적으로 따라간다는 얘기다. 연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적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 크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사실 미국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미국과 전세계 경제에 좋은 소식이 된다. 그 만큼 미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고 미국에 수출하는 국가의 형편도 나아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융시장도 감안해야 하지 않나. 미국 기준금리에 따라 시장 금리가 결정된다. 미국 금리 인상은 미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들에게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는가.

△이미 전세계 시장은 글로벌화되고 있다. 글로벌 금리는 어느 한 나라의 기준금리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한 국가의 금리는 다른 나라 금리에 영향을 받고 투자자들은 각 국가 시장을 두루 다니며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자본은 전세계 금리가 균형을 찾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미국 금리가 해외에 영향을 주지만 반대로 미국은 해외 시장 상황을 감안해 금리를 결정한다. 이처럼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우리가 임의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나 한국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해 조언해달라.

△한국은행 직원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그들은 매우 전문적이고 똑똑하다.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오히려 나보다 더 전문적이라 크게 조언할 건 없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준비하지만,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 인민은행 등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속적으로 돈을 풀고 있는데.

△금융위기 이후 몇년간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구조와 연관성에 대해 파악하려는 시도를 해왔는데 아직 그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국가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서로간에 조율이 필요하다. 미국 연준 홀로 하는 일이 아니라 다른 중앙은행들과 함께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주요 20개국(G20)이 공동 성명서를 통해 통화정책 공조에 합의했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이처럼 엇갈린 통화정책이 바로 ‘환율전쟁’을 초래하는 원인이라고 보는데.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은 정책보다는 정치적인 이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통화량 관리라는 측면에서 서로간에 접점에 놓여 있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정말 어려운 문제이긴 하다.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 주도형 경제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어려운 문제인데. 지금 한국이 처한 문제는 지난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처했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작년 내내 달러화는 유로화에 비해 강세를 보였었다. 따지고 보면 옐런 의장도 그런 달러화 강세 때문에 금리 인상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간의 상황과 비교해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 토머스 사전트 교수는 누구?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석좌교수는 거시경제, 화폐경제학 등에 정통한 미국 대표 경제학자중 한 명이다. 194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UC버클리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친 뒤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프린스턴대, 뉴욕대 등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사전트 교수는 정부 규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반(反) 케인즈학파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특히 거시경제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합리적 기대가설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1년 프린스턴대 크리스토퍼 심스 교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사람들이 정부가 어떤 경제정책을 펴더라도 결과를 예상한 뒤 행동하기 때문에 정부가 내놓는 깜짝 경제정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원하는 효과를 얻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사전트 교수는 한국과도 꾸준한 인연을 맺어왔다. 지난 2007년부터 한국은행 해외 고문을 맡았으며 2012년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석좌교수(오른쪽)가 제6회 세계전략포럼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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