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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대용 기자] 유통가에 이어 법조계에서도 일본식 용어 순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정부 경제 보복 조치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 ‘극일(克日)’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오랜 기간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일본식 법률 용어 수정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 법조계에선 ‘일본색’을 지우기 위한 법률 용어 개선 작업을 환영하면서 더욱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민법 물권편(제185조~제372조)에 대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소유권과 점유권이 대표적 물권에 해당한다.
개정안에는 ‘요(要)하지 아니한다’는 표현을 ‘필요하지 않다’로, ‘산입(算入)한’이란 표현을 ‘포함된’으로 각각 순화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대표적 일본식 표현인 데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란 점에서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민법 중 총론에 해당하는 총칙편(제1조~제184조)에 대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궁박(窮迫)’을 ‘곤궁하고 절박한 사정’으로, ‘기타(基他)’를 ‘그 밖의(에)’로 바꾸는 등 일본식 표현과 어려운 한자어를 쉬운 우리말 표현으로 고쳤다.
법무부는 민법의 채권편과 친족·상속편에 대해서도 조만간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채권편은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이고, 친족·상속편은 이달 중 법제처 심사를 의뢰할 예정”이라며 “심사 완료 후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형법과 형사소송법에 쓰인 일본식 표현과 어려운 한자어를 고치는 내용을 담은 각각의 개정안도 최근 입법예고했다.
법조계에선 법률 용어의 일본식 표현 개선을 환영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개선 필요성이 지적돼 온 만큼,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차근차근 개선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헬프미의 이상민 변호사는 “민법 총칙편부터 일본식 표현을 없애고 우리말과 쉬운 표현으로 바꾸려는 노력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 “기본법부터 차근차근, 용어의 뜻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부지런히 지속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률용어의 일본식 표현은 어렵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말들이어서 시민들에게 더 불편한 측면이 있다”며 “뜻을 훼손되지 않도록 하면서 순화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흔히 이야기하는 일상용어, 사실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잘 쓸 수 있어야 법률용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언어는 한 국가의 자존심에 관한 부분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의식적으로 수정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