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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봤어요]국내 최초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조용하고 부드럽다`

신정은 기자I 2016.02.21 08:18:13

우주정거장 같은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뛰어난 정숙성..부드러운 주행감
배차간격 길고 운행시간 짧아 아쉬워

인천국제공항에서 장기주차장역을 향해 가는 자기부상열차. 현대로템 제공.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항공기, 전철, 리무진, 택시…’ 다양한 교통 수단의 집합소인 인천국제공항에 바퀴가 달리지 않은 교통수단이 등장했다. 바로 자기력을 이용해 움직이는 국내 최초의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다.

현대로템(064350)이 개발한 이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는 전자석(전류가 흐를 때만 자석이 되는 것)으로 차량이 궤도 위를 8mm가량 뜬 상태로 주행된다. 지난 2006년 국내 기술로 개발에 성공, 시운전을 거쳐 이달초 상용화됐다. 일본차량(Nippon Sharyo)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를 상용화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지하철 역 입구에 있는 표지판. 신정은 기자.
지난 16일 자기부상열차를 탑승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지하철역에서 자기부상열차 승강장까지는 도보로 약 3분 거리로 멀지 않았다. 인천공항 교통센터 2층에 위치한 자기부상열차 승강장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흡사 우주정거장 같은 느낌이었다.

열차 운행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비교적 이른 시간에 종료된다.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부터 공항철도 용유역까지 6개 정거장, 총 6.1km 구간에서 운행되고 있다. 소요시간은 편도 기준 12분이며 무료로 운행되고 있다. 배차 간격은 약 15분으로 다소 길다.

인천공항 안에 위치한 자기부상열차 승강장과 외부로 이어지는 철로. 신정은 기자.
차량 디자인은 정거장과는 다소 다른 컨셉이었다.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곡선을 강조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살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차량은 2량이 1편성으로 운영되며 약 30여명의 승객이 함께 탑승했다. 한번에 186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고 한다. 좌석 배치는 독특했다. 한쪽은 옆을 향하는 일반적인 일자 좌석이었지만 반대편은 둥근 모양의 좌석이었다. 차량 앞뒤 좌석은 정면 창문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치됐다.

무인주행이라 조정 칸이 따로 없어 앞자리가 가장 인기가 높았다. 출발과 동시에 모든 승객의 눈이 창밖을 향했다. 출발 때는 소음과 진동이 꽤 느껴졌다. 그러나 자기력에 의해 차량이 8mm높이로 뜨면서 KTX보다 조용해졌고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철로 위를 달렸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주행시 소음은 일상 대화 시 발생하는 정도의 65데시벨(dB) 이하라고 한다. 이는 KTX 평균소음 75dB 보다 낮은 것이다.

둥근 모양의 좌석(왼쪽)과 ‘자동 창문 흐림 장치’ 기능으로 흐려진 창문 모습(오른쪽). 신정은 기자.
4번째 정거장인 국제업무단지역을 향하는 길에는 ‘자동 창문 흐림 장치’ 기능이 작동됐다. 호텔 등을 주거지를 지날 때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자동으로 창문이 하얀색으로 흐려지는 기능이다. 앞뒤 창문은 흐려지지 않았다. 워터파크 역을 향하는 구간에서는 영종도를 둘러싼 서해 바다가 가까이 보였다. 속도는 점차 빨라졌다.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는 최고 시속 110km를 낼 수 있고 하는데 체감 속도는 이보다 느렸다. 모처럼 눈바람이 불어쳤던 날이라 주행 중 차체 흔들림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예민하게 반응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지막 정거장인 용유역에서는 내려서 계단을 걷지 않고 반대편 열차를 탈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인천에 거주하는 고흥열(43·남) 씨는 “자기부상열차가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들과 찾아왔다”며 “공항 안에 있는 무인 전동차보다 더 조용하고 승차감이 좋다. 아이들도 신기하고 재밌어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마지막 정거장인 용유역을 향해 오는 자기부상열차. 신정은 기자.
국내 기술로 제작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는 상용화 초기단계다 보니 아직은 관광 수단 느낌에 더 가까웠다. 정거장 수와 운행시간을 다른 대중교통 만큼 연장할 필요가 있다. 안전 문제에 대한 꼬리표도 떼야 한다. 실제 자기부상열차는 지난 3일 첫 운행때 차량이 출발 8분 만에 멈춰선 바 있다. 당시 시승행사 때문에 차량이 워터파크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면서 이례적으로 열차가 급정거한 것이다. 이후 속도제어 프로그램을 보완했고 추후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수익성을 위한 운임 유료화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유료 전환 부분에 대해서는 인천국제공항과 논의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된다면 자기부상열차가 확실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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