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LG(003550)그룹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 분리 매각을 본격화한 가운데 지분 인수를 위한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그룹의 계열사 서브원은 오는 12월 1일 MRO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설 회사(서브원, 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다. 나머지 건설 및 건물관리·레저사업 등은 분할 후 존속회사(S&I, 가칭)가 맡는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서브원(신설법인)의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브원은 ㈜LG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선 해당 지분을 50% 아래로 낮춰야 한다. 이 때문에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 유력한 후보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형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꼽히고 있다.
대기업 계열 MRO 업체의 사업 분야가 대부분 그룹 내 물품 거래에 한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 PEF가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기업의 가치를 높여 되팔아야 하는 PEF로서는 경영 개선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요 PEF 운용사가 도전장을 내민 이유는 서브원이 국내 대기업 계열 MRO 업체 중 가장 다변화된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어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됐기 때문을 보인다. 실제 서브원은 지난해 국내 MRO 업체로는 처음으로 해외 사업 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여기에 자금을 투입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면 글로벌 MRO 업체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투자 검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그레인저나 오피스디포, 독일의 뷔르트, 프랑스의 리레코 등 외국계 대형 MRO 업체와 같은 시스템을 덧입히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지분 매각이 마무리되면 물류 시스템 대형화와 자체 상품 개발 등 대형 업체와 격차를 보이고 있는 곳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선진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자연히 자체 경쟁력이 높아지고 해외 수주 확대 등 매출처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서브원의 전체 매출 중 74.3%가 내부거래인 점을 고려할 때 실적 개선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MRO 업체는 해외 기업과 비교할 때 다소 뒤쳐지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서브원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스템 개선이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인수합병(M&A)를 통해 구광모 신임 회장을 필두로 기업을 재정비하고 있는 LG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도 PEF 운용사에겐 매력적이다. 이를 통해 LG그룹과 새로운 M&A를 단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LG그룹이 최근 전자와 화학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M&A를 단행하고 있어 더욱 기대감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면 그에 파생되는 여러 거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영 방식에 대한 철학이 맞다면 M&A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