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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기준 없고 운영도 엉망..‘기관추천 특별공급’ 아파트

권소현 기자I 2018.04.12 06:00:00

기관서 추천…건설사가 임의로 선전
점수 공개 안해 “짬짜미” 목소리도
부유층도 당첨…주거안정 취지 무색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성문재 기자]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15년 넘게 일하고 있는 K씨는 지난달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이른바 ‘로또’ 분양 아파트인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기관추천 특별공급 물량에 청약 신청했지만 이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봐도 추천자 명단은 찾을 수 없었다.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추천 대상자에게만 개별 통보했다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 기관의 추천을 받은 이들의 점수가 얼마인지, 당첨자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정해졌는지 알 길이 없었다.

취약계층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한 주택 청약 특별공급이 ‘금수저’들의 당첨 통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가 지난 10일 실수요자들의 당첨 기회를 늘리는 쪽으로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명확한 선정 기준도 없고, 운영도 엉망인 기관추천 특별공급 제도는 제대로 손보지 않아서다.

업계에 따르면 국가유공자, 장애인, 10년 이상 장기복무 군인 등을 대상으로 한 기관추천 특별공급 제도가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관에게 추천 권한이 있는 만큼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이 제각각인데다 추천 과정에서 짬짜미가 있어도 걸러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관추천 특별공급 대상자에 스포츠 스타나 박사학위 소지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도 포함돼 있어 이들에게까지 자산 증식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있다.

일반분양 물량의 10% 이내에서 공급하는 기관추천 특별공급은 소관 기관에서 신청 접수를 받고 우선순위를 정해 공급 주체(시행사·건설사)에게 보내기 때문에 사실상 기관이 선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관추천 희망자가 각 기관에 신청할 때에는 경쟁률이 높을 수 있어도 추천만 받으면 청약 당첨은 거의 따논 당상이다. 기관추천 특별공급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일반분양 물량에 비해 훨씬 낮은데다 아예 미달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추천 기준이나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곳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추천 결과에 대해 해당 기관에 항의전화가 빗발치는 이유다.

20가지가 넘는 기관추천 대상자 유형 중에 어느 곳에 특별공급을 배정할 것인지를 건설사나 시행사가 임의대로 결정한다는 것도 문제다. 자격 조건은 되지만 건설사 결정에 따라 아예 청약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추천 특별공급 대상자에 대한 논란도 많다. 이미 세계 무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려 부와 명예를 거머쥔 우수 운동선수나 정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해 귀국한 지 2년이 안된 박사학위 소지자 등에게까지 특별공급 혜택을 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에 대한 포상 개념이지만 정책적·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라는 특별공급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양극화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기관추천을 받기 위해 입주자모집 공고 전에 정확한 분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신청해야 한다거나 대상자 중에서는 현실적으로 이같은 기회가 있다는 정보를 제대로 얻기 힘든 소외계층이 많다는 점도 제도 운용상 문제점으로 꼽힌다 .

정부가 최근 특별공급 제도 개선을 통해 소관 기관별로 특별공급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보고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자체 점검만으로는 투명성을 높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운영상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 없이 관계기관 의견 수렴을 거쳐 추가적인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만 밝힌 상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아파트 분양권에 웃돈이 많이 붙지 않아 특별공급이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요즘은 청약 당첨만 되면 ‘로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관추천 특별공급도 전반적으로 다시 정비해야 한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현재의 기관추천 대상자에게 계속 혜택을 줘도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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