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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을 둘러싼 3가지 쟁점

박수익 기자I 2017.01.05 06:00:00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말 수시평가를 통해 이랜드그룹 지주회사 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강등하자 이랜드가 강력반발하며 ‘법적대응’을 언급했다. 신평사 등급평정에 발행기업이 법적대응까지 거론한 것은 국내 크레딧시장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그간 추세만 보면 이미 한신평과 이랜드는 악연(?)의 연속이다. 2015년 말 한신평이 국내 3대신평사 가운데 처음으로 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내렸고, 이번에 재차 ‘BBB-’로 한 단계 더 내리는데도 앞장섰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두 번의 등급하향 직전 킴스클럽 매각발표,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 예비심사청구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황을 둘러싼 이랜드의 ‘서운한 감정’과 한신평의 ‘보수적 시각’은 쉽게 측정하기 어려운 범주다. 이번 등급하향 결정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는 쟁점은 크게 3가지다.

2016년 9월 한신평이 제시한 이랜드월드 하향트리거.
◇등급하향조건 충족 안됐는데도 내렸다?

이랜드는 한신평의 이번 등급강등과 관련, 앞선 9월 평정의견서상 적시한 등급하향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3개월 만에 등급을 떨어뜨린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9월 한신평은 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을 ‘BBB(부정적)’로 확인(Affirmation)하는 보고서에서 향후 △유동성 위험 확대 △중국패션법인 등 주력 자회사들의 영업실적 가변성 지속 △이랜드리테일 IPO와 부동산 매각 원활한 진행 여부 △연결기준 순차입금(이랜드리테일 전환상환우선주 포함) 대비 에비타(EBITDA) 지표 7배 상회 △별도기준 순차입금(지급보증 포함) 대비 에비타 지표 8.5배 상회시 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는 트리거를 제시했다.

한신평이 당시 제시한 트리거 가운데 정량적 재무지표인 순차입금 에비타 는 9월말 연결기준으로는 6.7배여서 이랜드 주장처럼 등급하향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다만 별도기준으로는 하향조건을 충족한다. 따라서 ‘등급하향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랜드 주장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신평도 당시 별도기준 지표보다는 연결기준 지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다른 논리가 필요하다. 한신평이 이번 등급하향의 핵심 근거로 꼽은 것은 중국패션법인 등 주력자회사 영업실적 부진 지속이다.

*중국 3개법인은 의념(여성복)·의련(남성복)·위시(아동·스포츠)
*자료: 한기평, 이랜드월드
◇패션법인 4분기 이익상승 추세 반영 안됐다?

한신평은 이번 등급하향의 첫 번째 근거로 ‘중국패션 브랜드들의 경쟁력 약화, 뉴발란스 사업 성장성 둔화로 2015년 이후 그룹 주력인 패션부문 영업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패션사업 수익창출력 부진이 이번 평가기준 시점인 2016년 3분기까지 지속된 점이 등급하향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이랜드는 4분기 들어 나타난 패션부문 영업이익 증가세가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고 반발했다.

이랜드에 따르면 이랜드월드의 패션부문(한·중 합산)은 10~11월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4.7% 증가한 것으로 자체 집계했다. 이를 근거로 매출 감소는 매장수 축소 때문이고, 영업이익 증가를 고려하면 등급 한 노치(notch)를 떨어뜨릴 만큼 부진한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는게 이랜드 입장이다.

한신평은 그러나 “4분기 이후 중국 패션 주요브랜드들의 수익성이 회복될 가능성은 있지만 매출액 감소를 고려하면 영업실적 안정화 여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자신들도 4분기 수치를 확인했지만 안정화됐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매출 회복과 함께 영업이익이 좋아지면 추세적 반등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현 상황에선 사업적 측면의 개선보단 비용절감 효과를 감안해야 하고 추세를 판단하기도 짧은 기간이라는 시각으로 해석된다.

◇자구안 핵심 IPO 앞두고 있는데 왜 지금 수시평가?

이랜드가 이번 등급강등에 반발한 현실적 이유는 그룹 재무개선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랜드리테일 상장이 막 시작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이랜드 측은 “티니위니와 부동산 매각 등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있고, 특히 공모리츠 상장과 이랜드리테일의 상장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신용등급 하락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신평은 등급평정서에서 “이랜드리테일 IPO는 상장시기, 공모가격, 공모규모, 시장 상황 그리고 여러 외부변수에 따라 실제 성과와 재무구조 개선 효과에는 불확실성이 내재해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랜드는 “수시평가는 언제든 할 수 있는데 신평사 입장에서 설령 IPO효과를 쉽게 낙관하기 어렵더라도 일단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평가해야하지 않으냐”고 반발하고 있다. IPO 절차를 이제 시작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부정적 시각만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한신평은 이번 등급평정은 이랜드월드·리테일의 단기등급 정기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장기등급 평정이 같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한신평은 이랜드월드·리테일 단기등급을 ‘A3’에서 ‘A3-’로 한 단계 강등했는데, 일반적으로 단기등급 ‘A3-’은 장기등급 ‘BB+ ~ BBB-’에 수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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