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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보호무역주의'.. 삼성·현대차 美수출전략 재검토

이진철 기자I 2016.11.20 09:17:40
축구장 700개 크기인 335만㎡ 규모의 부지에 들어선 연산 40만대 규모의 기아차 멕시코공장. 기아차는 총 1조원 가량의 투자비를 썼다. 9월 준공됐으며 현재는 연간 10만대가 생산되고 있다. 기아차 제공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는 전자와 자동차 업체들이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에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해외로 떠난 기업들을 미국 본토로 다시 불러들이고, 미국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공약한 데 이어 취임 즉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나프타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3국 간에 관세를 없앤 협정이다.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 등 국내 수출 주력기업들은 멕시코의 비관세 혜택을 노리고 현지에 공장을 세워 미국 수출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거나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35%의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수출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에 위치한 2개 공장에서 TV와 생활가전 제품을 생산해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대로 멕시코산 제품에 최고 35%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가격 경쟁력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공장 설립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와 같은 장치산업 공장은 수조원대의 천문학적인 투자비용과 용수, 발전소 등 부지선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장설립이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가전이나 휴대폰 공장은 비용이나 건설기간 등이 길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것과 맞물려 최근 갤럭시노트7과 세탁기 리콜 당시 미국 소비자 당국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고, 미국 법원이 애플과의 소송에서도 삼성에게 불리한 판결을 취하는 분위기도 미국 현지공장 설립 여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북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는 점도 현지공장 설립 필요성을 외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대·기아차도 트럼프 변수를 예의주시하면서 멕시코를 비롯한 북미 수출전략 재검토에 나섰다. 기아차는 지난 9월부터 연 생산력 40만대 규모의 멕시코공장에서 1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생산물량은 멕시코 내수에 공급하고 있어 영향이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생산규모 확대는 트럼프의 멕시코 관세부활 여부를 감안해야 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멕시코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현지 내수와 중남미에 공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미국의 관세부할 여부를 보면서 다각적인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기아차의 경쟁상대인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값싼 노동력과 무관세를 노리고 멕시코 공장을 건설해 미국으로 수출한다는 점에서 타격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미국과 일본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아 멕시코를 미국에 대한 무관세 수출 생산기지로 삼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일본 완성차업체는 트럼프 당선 이후 발빠르게 중대형 차종들의 생산지를 멕시코에서 미국 본토로 조정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가 미국에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연 30만대)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10만대)을 운영하고 있고, 국내 공장도 한미FTA로 관세인하 혜택을 받고 수출이 이뤄지고 있어 멕시코 관세이슈의 직접적인 영향이 덜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따른 수출타격 우려를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 건설된 멕시코공장의 준공식 행사에서 (왼쪽부터) 미구엘 앙헬 로사노 뭉기아 페스케리아 시장, 일데폰소 구아하르도 비야레알 연방경제부장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하이메 로드리게스 칼데론 누에보 레온 주지사, 전비호 주멕시코 한국대사가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기아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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