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프레에 사용되는 의상을 집에서 직접 제작해 판매까지 해야 하는데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버렸기 때문.
심지어 최씨가 미리 준비해 뒀던 원단에까지 곰팡이가 거뭇하게 피어 의상을 아예 만들 수 없게 됐다.
최씨는 "창고에 원단을 많이 쌓아 놓았었는데 곰팡이가 아주 많이 피어버렸다"며 "한 번 핀 자리에 또 피어 냄새까지 뱄다. 올 여름은 아주 최악이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다세대주택에 사는 백지은(26)씨의 사정도 마찬가지.
후천적으로 얻은 아토피 피부염과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백씨는 "곰팡이까지 마구 생겨 건강이 더 안 좋아질까 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곰팡이가 늘어난 뒤로 몸이 더 가려운 것 같아 괴롭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 여름 잦은 비와 잇따른 태풍으로 각 가정에서는 때 아닌 곰팡이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초대 하지 않은 손님 '곰팡이'는 집안 구석, 특히 창문 틈과 방 안 천장, 베란다, 화장실 등 곳곳에 피어 갖은 고통을 떠안기고 있다.
곰팡이(mold)는 몸이 주로 실로 된 균사의 총칭. 균사 끝에 달린 포자로 공기 중에 둥둥 떠 다니다가 주변에서 습도가 높아지면 활발히 증식하는 특성을 지닌 균류를 말한다.
특히 곰팡이는 장롱이나 옷장처럼 습기가 한 번 유입되면 잘 빠져 나가지 못하는 곳에서 영역을 넓혀간다.
마땅히 해결책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이들에게, 전문가들은 우선 집안 '습도'부터 조절해야 장마철 곰팡이를 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북대 미생물학과 김종국 교수는 "실내에 있는 수분 함양을 우선 낮춰야 한다. 공기를 순환시켜야 집안 습도가 낮아져 곰팡이가 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번씩 보일러를 틀어주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며 "저희 집도 가끔 보일러를 틀어 온도를 높이는 것으로 습도를 제거한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예방법과 함께 실질적인 대책도 제시한다.
한 미생물학과 교수는 "아무리 힘써 닦아도 다시 곰팡이가 고개를 들이밀면 물에 락스를 조금 타 분무기에 넣은 뒤 뿌리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며 "식초와 같은 산성 물질을 헝겊에 묻혀 닦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재발 방지에 주력하는 것. 곰팡이는 실내 습기가 있는 환경이라면 금세 재발될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
전문가들은 "화학 제품으로 일시적인 살균을 해 곰팡이나 세균을 제거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곰팡이가 발생할 수 없는 환경을 미리 만들어 두어야 한다"며 "평소 생활 습관을 통풍이 잘 되는 환경으로 조성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