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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 관광수지 적자를 메울수 있는 방법

이선우 기자I 2023.03.30 06:00:00
이선우 문화부 차장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소문난 잔치에 역시나 먹을 건 없었다.

29일 열린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내놓은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더 많은 관광객이 한국으로 여행을 와 더 많은 돈을 쓰게 하겠다는 게 목표, 그러기 위해 입국 문턱을 낮추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국내 여행 활성화 방안도 수백억 원의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들여 숙박·놀이공원 쿠폰을 뿌리는 익숙한 단기 처방이 전부다.

그나마 핵심정책이라 내세운 무비자 환승 입국(스톱오버) 확대와 K-EAT(전자여행허가) 폐지도 사실 새로운 시도라기보다는 기존에 관광 활성화를 가로막던 제도를 개선한 수준이다. 수치로 제시한 목표인 관광객 1000만 명 유치의 산출 근거도 불명확할 뿐더러, 언젠가부터 관광 정책의 마법 주문이 된 K-컬쳐 연계 이벤트의 백화점식 나열이 관광 정책의 전부가 됐다. 그러다 보니 구체성을 띤 기대효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차라리 조금 욕을 먹더라도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는 시도를 했다면 어땠을까. 우리의 의도된 무관심 속에 방치된 ‘동반여행’이 좋은 예다. 국제행사 참가자나 비즈니스 출장객 동반여행은 관광분야에 있어 대표적인 블루오션 영역 중 하나다.

이 동반여행의 콘셉트는 아주 간단하다. 국제 협회와 학회가 여는 회의, 학술 세미나 같은 국제행사에선 공식적으로 동반자를 위한 프로그램(Acompanying Person Program)을 운영한다. 정식 행사 참가자는 아니지만 기간에 맞춰 행사가 열리는 도시를 방문하는 배우자, 자녀 등을 위한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주로 해당 도시나 인근 지역의 이름난 명소를 둘러보는 관광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아예 행사 앞뒤로 3~4일 일정의 가족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배우자 찬스’ ‘부모 찬스’를 공식 용인하는 여행 프로그램인 셈이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출장을 겸한 가족여행을 오래전부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왔다. 심지어 출장을 겸한 가족여행을 안타깝고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가족동반 출장을 정당한 노력이나 대가 없이 부모나 배우자의 지위를 이용해 무임승차하는 부당행위로 바라보는 국내와는 딴판이다.

국제행사에서 동반자 프로그램은 관광수입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참가자 100명인 소규모 행사도 동반자 규모에 따라 두 세배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행사 규모에 비례해 더 큰 관광 특수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참가자들은 공식 일정이 끝나는 밤에나 짧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동반자는 시간적으로 여유로워 두세 시간 이동이 필요한 인근 도시 여행도 가능하다. 국제행사 개최로 인한 전후방 경제효과가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효과에도 불구 국내에선 동반자 관광시장이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국내로 유치한 국제행사 중 동반자를 통해 낙수효과를 배가하겠다는 의지는 고사하고 구상이라도 밝힌 행사를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부도덕한 행위라는 선입견에서 기인한 의도적 무관심이 원인일 것이다. 사실 지탄받아 마땅한 부도덕 행위는 출장을 빙자한 여행과 같은 기만행위, 동반자 비용까지 공금으로 대납하는 횡령 행위이지 동반 여행 자체는 아닌데 말이다. 이번 대책에서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단기 처방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블레저(Bleisure) 문화 확산을 강조했다면 어땠을까. 의외로 관광수지 적자를 메우는 해법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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