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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는데 500년 ‘멜라민 그릇’ 고작 250원에 팔리는 까닭[플라스틱 넷제로]

김경은 기자I 2022.08.21 10:30:00

허점 투성이 폐기물 부담금 정책
폐기물 처리비용 한푼도 안내는 업체가 30% 이상
재활용 가능 플라스틱 생산자보다 부담 적어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음식점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멜라민 그릇이 레트로 열풍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멜라민 그릇은 대표적인 ‘열경화성’ 플라스틱 제품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썩는 데 수 백년이 걸리는 플라스틱이다. 고열에 노출 시 암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것을 고려할 때 소각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개당 250원에도 판매되는 멜라민 그릇 가격엔 이 같은 어마어마한 환경오염비용이 고려됐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사용 저감 정책의 ‘허점’을 짚어봤다.

식당에서 흔히 사용되는 멜라민 그릇(사진=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폐기물 부담금 감면·면제 대상 줄여야

우선 상당수 업체가 최소한의 처리 비용조차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는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을 생산 또는 수입하는 업자에 대해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당 150원의 기본요율을 적용한다.

21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부과액은 지난해 871억원으로 최근 5년사이 31.9%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폐기물부담금 상승률 7.0%를 크게 웃돈 것이다.

하지만 실제 플라스틱 폐기물 증가폭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법적으로 일정 규모 이하의 사업장은 부담금을 면제해 주고 있어서다. 전체 폐기물 부담금 대상의 약 30%가 감면대상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영세업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매출액 10억원 이하나 연간 생산량 10t(톤)이하인 업체는 폐기물 부담금 대상에서 제외해주고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매출액 200억 이하에선 매출 구간에 따라 50~100%의 부담금 감면이 이뤄진다.

폐기물 부담금을 내지 않으려고 법인을 쪼개거나 생산 규모를 조정하는 편법도 일부 발생하고 있다.

열경화성 수지는 멜라민수지 외에도 페놀수지, 우레탄수지 등 다양하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매우 폭넓게 사용된다. 소각이 어렵고, 반영구적이다. 열경화성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최초 만들었던 모양 그대로 다른 용도로 쓰는 경우 뿐이다. 주로 자동차 산업에서 폐자동차 범퍼를 재활용하는 경우가 거의 유일하다.

그릇은 대체품이 많기 때문에 가격부담이 상승하면 사용량 감소로 이어질 여지가 충분하다. 멜라민 그릇의 경우 영세 가공업자나 수입업자가 많아 제외되는 곳이 많다. 이같이 폭넓은 감면과 면제 대상을 줄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출처: 한국환경공단
◇부담스럽지 않은 부담금…임금 1.4배 올랐는데 10년째 제자리

폐기물 부담금 현실화가 10년째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담이 지나치게 낮은 점도 문제다. 심지어 재활용 가능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보다 부담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기물 부담금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분담금보다도 전반적으로 낮았다.

한국포장재재활용공제조합에 따르면 12개 품목의 플라스틱류 EPR 분담금 중에서 폐기물 부담금보다 높은 품목이 7개에 달했다. 생산자가 재활용 의무 이행률을 미달해 패널티(부과금)를 받게 될 경우엔 EPR 대상기업들은 폐기물부담금 대상 기업에 비해 최대 3.8배 더 많은 벌칙금도 내야한다.

환경에 더 많은 부담을 주는 재활용 불가능 플라스틱 생산자가 재활용 가능 제품을 만들고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는 생산자보다 부담이 적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환경치유 비용이 고려되지 않고 소각이나 재활용 등 폐기물 처리 중심으로 비용을 책정한 탓이다. EPR 분담금은 재활용 처리 비용을 고려한 것으로, 소각을 기준으로 책정된 폐기물 부담금 요율보다 전반적으로 높다.

또 현재 폐기물 부담금 요율은 지난 2008년에 정해진 금액으로 2012년 적용돼 10년째 그대로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하면서 올해는 182원으로 10년 동안 21% 올랐으나, 이 기간 최저 임금이 1.4배 뛴 것과 비교하면 임금 상승분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 담당 공무원들은 1년 반 남짓이면 부처를 옮기기 때문에 저항이 심한 요율 인상을 추진하기보다 다른 현안을 처리하는데 업무가 치중돼 있다”며 “유럽의 플라스틱세나 2024년 플라스틱 국제협약 도입 등으로 플라스틱이 무역장벽화할 가능성이 나오는 만큼 플라스틱 정책 정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은 최근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 ㎏당 0.8유로(한화 약 1050원)의 플라스틱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나라 폐기물부담금의 약 5.7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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