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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폰은 샤오미나 화웨이 등 중국의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보다 가격이 비싸다. 중국에서는 스마트폰을 일시불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애플은 화베이와 손을 잡고 할부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싼 스마트폰이라도 별도의 신용카드 없이 알리페이 할부로 지불할 수 있게 되자, 중국의 20대들은 다시 아이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알리페이에 따르면 2015년 4월 출시한 화베이의 대출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위안(169조원)을 돌파했다. 2017년 6월 말 1000억위안이었지만 1년 반 만에 10배나 커졌다. 사용자는 4억명을 넘어섰다. 신용카드를 가진 중국인 2억8000만여명보다 알리페이를 통한 신용판매가 훨씬 많다.
알리페이의 화베이 기능을 통해 신용카드 기능을 완전히 구현하고 있다. 수수료는 붙지만 12개월 할부도 가능하다. 모바일 결제가 대중화된 중국에서 거액의 물건을 살 땐 화베이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20대 초반인 양후이위안씨는 “화장품, 옷 등을 구매할 때 거의 화베이를 쓴다”고 말했다.
신용평가도 간단하다. 처음 화베이에 가입하면 기본 50위안(8500원)의 신용한도가 지급되는데, 사용 후 약속된 기간 안에 갚으면 신용한도가 높아진다. 현재 화베이 이용자들의 평균 신용한도는 6000위안(102만원) 수준이다.
화베이를 통해 결제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알리페이의 라이벌인 위챗페이 역시 여신 서비스 ‘펀푸(分付)’를 준비 중이다. 전자 상거래 쇼핑몰인 징둥닷컴 역시 징둥바이탸오(京東白條)를 내놓았다.
일본에서도 페이에 신용결제 기능을 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 최대 메신저인 라인(LINE)도 신용결제를 시작했는데 미즈호은행이나 오리코이 여신 등에서 심사를 거쳐 라인페이에서 할부 등 신용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나이와 에어페이 등의 전자결제서비스도 여신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드 문화가 자리 잡은 미국에서도 최근 페이 기능에 신용결제 기능을 탑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저소득층으로선 비싼 물건을 살 때 신용결제를 통해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는 “페이 업체들의 여신 기능을 확대해 신용카드가 없는 소득 구간에도 할부나 후불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소비 진작과 전자결제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