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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p 올리면 616억 수수료 더 낼판"…통신사도 카드수수료 인상 거부

유현욱 기자I 2019.02.28 06:00:00

자동차업체 이어 반대 공문 발송
주유소·항공사·백화점도 반발 예고
"양측 공생관계…합의는 하겠지만
수수료 올라도 당초 목표 밑돌 것"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세금을 더 내라는 건데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가맹점 관계자는 카드사와 수수료율 협상을 놓고 첨예하게 다투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영세·중소 가맹점뿐만 아니라 대형가맹점도 카드 수수료를 일종의 통행세로 본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막대한 세금(수수료)을 냈는데 매출이 많다고 ‘누진제’(연 매출이 클수록 수수료율이 높음)까지 적용한다니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수수료율 인상을 둘러싼 대형가맹점(2만3000곳)과 카드사 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상 통지에 가맹점들이 하나둘 불가 방침을 통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의 공식 협상기간 막바지 연이어 퇴짜를 놓고 있는 셈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T 등 통신사들은 이날 수수료율 인상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카드사들에 보냈다. 지난 25일 자동차사들에 이어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상을 거부한 것이다. 자동차사들의 경우 가맹점 계약 종료까지 거론했다. 통신사들 다음으로 주유소들, 항공사들, 대형할인점들, 백화점들도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카드사들은 지난달 말 연 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 가맹점 2만3000곳에 최고 0.3%포인트 수수료율 인상을 서면으로 통보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카드 수수료 체계 종합 개편에 따라 정해진 수순이었다. 정부는 당시 마케팅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상한 구간을 세분하고 적격 비용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할 수 있는 상한을 상향했다. 역진성 해소와 수익자 부담 원칙이 근거였다. 재산정된 적격 비용에 맞춰 초대형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 인상을 떠민 것도 금융당국이다.

문제는 적격 비용에 따른 수수료율 인상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상 진행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개별 협상에 개입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물론 초대형 가맹점의 반발은 예견됐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설령 원만히 수수료율 인상이 이뤄져도 당초 목표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절대 갑인 초대형가맹점이 순순히 카드사들의 인상 요구를 들어줄 리 만무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통신사, 항공사의 경우 인상률이 가장 높아 반발 수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그동안 마케팅비가 통신요금할인과 항공마일리지 적립에 집중적으로 투하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초대형 가맹점의 이 같은 반발은 대형가맹점이 부담해 온 막대한 수수료 지출이 원인이다. 통신사의 경우 지난해 카드사에 3699억원(상반기 지출액을 연으로 환산한 추정치)을 냈다. 만약 0.3%포인트 수수료율이 높아지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는 616억원에 이른다. 올해 매출 신장률을 포함하면 추가 부담 수수료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른 초대형 가맹점도 마찬가지다. 카드사가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통지한 수수료율 인상 폭은 각각 0.2%포인트대다. 이를 전년도 수수료 지출에 적용해 수수료 증가분을 추정하면 각각 451억원과 304억원이다.

양측은 이견 차가 큰 만큼 예년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합의안을 도출할 것으로 내다본다. 대형가맹점과 카드사는 일종의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고 서로 인정하는 까닭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고 록인 효과도 노릴 수 있어 카드사로서도 통신사는 놓치기 아쉬울 것”이라며 “반면 카드사가 제공하는 할인·적립혜택에 익숙해진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통신사도 카드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각 카드사가 규모도 주력 업종도 다 달라 단일 대오로 대형 가맹점과 수수료 인상에 대처할 수 없어 카드사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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