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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정청탁금지법은 성역이 아니다

논설 위원I 2017.01.10 06:00:00
설 명절을 앞두고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에 규정된 식사·선물·경조사비 허용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까지 허용하는 현행 가액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된 터에 이 법이 서민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이에 직접 관심을 나타냈을 만큼 사회적인 논란이 뜨겁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주 열린 경제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관련 부처들에 대해 이 법의 시행령 개정을 포함한 제도개선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는다는 기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이러한 논의는 지난해 9월 28일 부정청탁금지법이 전면 시행에 들어가면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식사비 조항을 현실화하고 명절 선물에 대해서는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경조사비와 화훼를 합쳐 10만원 상한을 둔 규정도 분리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법의 영향을 받고 있는 농림부와 해수부, 산업부, 중기청 등 관련부처들이 여러 방안을 놓고 국회와 입장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하니 조만간 타당한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려되는 것은 자칫 정부 내에서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와의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권익위원회는 황 권한대행의 공식 지시에도 불구하고 “법이나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가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입장으로 바뀌긴 했지만 내부 분위기가 탐탁지 않은 것으로 비쳐진다. 법이 시행된 지 불과 100여일 만에 외부의 개선 요구가 거센 데 대해 그리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법 시행 초기부터 현장 사안에 대한 해석을 놓고 세 차례나 매뉴얼을 수정했을 만큼 법 적용이 애매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식사비 3만원 규정만 해도 14년 전인 2003년에 정해진 지침이다. 어떠한 법률이나 제도도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고치는 것이 올바른 처사다. 정부 부처가 함께 머리를 모아 현명한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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