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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AI시대 최고의 덕목은 '데이터 리터러시'

조용석 기자I 2024.06.26 06:00:00

이형일 통계청장
AI·데이터 관련 일자리 증가
통계 활용능력이 경쟁력 좌우
학생·성인 통계교육 중요해져
빅데이터 강국 만드는 길
통계청이 앞장서 개척할 것

이형일 통계청장
[이형일 통계청장] 최근 경기도와 충남의 초등학교를 방문해 통계 특강을 진행한 적이 있다. 경기도에 있는 학교는 6학년, 충남은 1학년 어린이가 대상이었다. 6학년 학생만 해도 수리적인 인식이 어느 정도 개념화돼 있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통계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세종대왕과 나이팅게일 등 통계 역사 속 영웅들의 이야기와 일상생활과 연계된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관심을 유발하고 욕심을 내 통계와 비즈니스의 관계까지 설명해도 학생들이 잘 따라와 준다.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은 큰 도전이었다. 이들에게는 복잡한 통계 개념을 설명하는 대신 더 친숙하고 재미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해양 동물 모양 과자를 이용한 활동을 준비했다. 학생들은 과자봉지 속 동물들을 같은 동물군으로 나누고(분류), 가장 많이 나온 동물을 찾는(분포)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통계적 사고를 배웠다. 이처럼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맞는 교육 방식을 적용하니 저학년, 고학년 학생들 모두 통계에 흥미를 갖고 적극 수업에 참여했다.

우리는 이미 데이터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이 성인이 돼 맞이할 세상에서 데이터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일하는 방식과 삶의 모습을 바꿔 놓을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이 2023년에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전체 일자리의 구조 변화를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인공지능과 데이터 관련 직종이 만들어 내는 일자리가 매년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데이터를 어떻게 생산하고 관리하며, 활용할 것인가는 향후 국가와 기업, 개인 모두의 운명을 가를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쏟아지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는 의미다. 데이터를 다루는 전문 직종 종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데이터와 친숙해져야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통계와 데이터 수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계청은 이외에도 국민의 통계와 데이터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통계 교육도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0년에는 통계 리터러시 함양을 목적으로 통계청이 개발한 ‘실용통계’ 도서가 고등학교 교과로 인정받아 일선 학교에 보급되었다. 실용 통계교육 교사연수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통계청 통계교육원은 초·중·고 실용 통계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수학교과 과정에 맞는 통계교육 공학도구인 ‘통그라미’ 서비스를 개발해 보급하고 교과서에도 수록했다.

데이터 리터러시 함양을 위해서는 통계정보 제공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는 텍스트 위주의 통계에서 핵심 정보를 정리해 누구나 쉽게 이용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표·애니메이션·인포그래픽으로 보여주는 통계시각화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 연말을 목표로 통계를 추천하고 전문적 질의응답도 가능한 초거대 AI 기반 통계 챗봇 서비스도 구축한다. 다소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국가통계와 데이터가 좀 더 친근하게 국민에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데이터는 ‘미리 본 미래’란 말이 있다.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통계 특강 교실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초롱한 눈망울 속에서도 데이터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통계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지하고 데이터 리터러시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통계청은 앞으로도 통계교육의 폭과 대상을 확대하고 데이터 관련 교육 콘텐츠의 질을 꾸준히 높여 나갈 것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고 했다. 데이터는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디지털 세상의 언어다. 아이들이 미래의 세상에서 새로운 언어의 한계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도 일선 학교에서 통계와 데이터 관련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열 일을 마다하고 달려갈 것이다. 데이터 리터러시가 충만한 국민이 만드는 빅데이터 강국의 미래로 가는 길이 그 곳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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