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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9살 아들 버린 중국인…함께 남긴 편지 보니

이준혁 기자I 2023.09.09 10:15:16
[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한 공원에서 울고 있는 아이 옆에는 ”실패한 아버지가...좋은 환경에서 자라길”이라는 내용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8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제주에 입국해 공원에서 노숙하다가 어린 아들을 두고 사라진 30대 중국인 A씨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가 아들을 공원에 버리고 가며 함께 남긴 편지. (사진=제주경찰청, 연합뉴스)
A씨가 아들 옆에 남긴 편지는 “실패한 아버지가”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어 영문으로 “나의 신체적 이유와 생활고로 인해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다”며 “삶을 유지하기가 어려운데 아이를 낳은 건 나의 잘못”이라는 내용 담겼다.

또한 “아이가 노숙 생활을 함께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한국 기관이나 개인 가정에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기를 바란다”고 쓰여있다.

A씨는 “한국에서 10일 이상 지냈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이에게 사탕과 음식을 주는 등 한국인들에게 친절함과 존경심을 느꼈다”면서 “최근 며칠간 저와 아이는 많은 사랑을 느꼈다”고 편지 말미에 한글로 “감사합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공원에 홀로 남겨진 B군. (사진=제주경찰청 영상 캡처, 연합뉴스)
A씨는 지난달 25일 서귀포시 한 공원에 잠든 아들 B(9)군을 내버려 두고 사라진 혐의를 받는다.

잠에서 깨 아빠를 찾는 B군을 발견한 서귀포시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A씨를 잡을 수 있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서귀포시 모처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경찰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아내 없이 양육하며 아들을 잘 키울 여건이 안 됐다. 중국보다 더 나은 환경의 한국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라길 바라고 그랬다”고 진술했다.

A씨는 앞서 지난달 14일 관광 목적으로 아들과 제주에 무사증(무비자) 입국해 며칠간 숙박업소에서 지내다가 경비가 떨어지자 같은 달 17일부터 8일 가량 노숙해왔다. 그러다가 범행 당일 공원에 짐가방, 편지와 함께 아들을 두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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