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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술이야기]벤자민 버튼과 세자락

함정선 기자I 2015.07.26 07:42:14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사람들은 대부분 남과 다른 삶을 살길 원한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삶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벤자민처럼 말이다.

벤자민은 아이로 태어나 노인으로 생을 마감하는 여느 사람들과 달리 노인으로 태어나 갓난아이로 생을 마감했다. 덕분에 그에게 허락된 사랑의 시간도 짧기만 했다. 아이의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지도, 지켜주지도 못했다.

아마도 벤자민은 그 누구보다 남들과 똑같이 흐르는 시간을 원했으리라.

벤자민이 자신을 버린 생부를 만났을 때 등장하는 칵테일은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벤자민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닌 술이다. 벤자민의 생부인 토마스 버튼은 벤자민을 바로 데려가 칵테일 ‘사제락’을 주문한다. 위스키를 넣은 방식으로.

사제락은 국내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칵테일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개봉한 후 몇몇 유명 칵테일 바에서 영화와 함께 사제락 칵테일을 소개하고 있는 정도다.

사제락은 미국 뉴올리언스의 유명 칵테일이다. 위스키와 고흐의 술로 유명한 ‘압생트’, 쓴맛이 나는 술 ‘비터스’ 등으로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브랜디로 만들었는데, 이후 라이 위스키를 넣은 버전도 등장했다. 미국인들이 라이 위스키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벤자민의 생부인 토마스 역시 위스키를 넣은 사제락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는 죽기 직전 아들인 벤자민과 마주한 자리에서도 위스키를 넣은 사제락을 마신다.

이같은 토마스의 칵테일 취향만 보면 벤자민이 버려질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다. 토마스는 뉴올리언스 사람이라면 모두 마신다는 칵테일 사제락을 마시는 인물이다. 그것도 미국인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런 그의 취향은 죽기 직전까지 변하지 않는다. 처음 벤자민을 만났을 때도 토마스는 다른 술은 마시지 않고 사제락만 몇 잔을 마시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토마스에게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아들, 세상 모든 것과 ‘다른’ 아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존재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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