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는 과거에 신한은행 다니던 시절 임원으로 모시던 분이 경북 경산시에 요양병원을 오픈한다고 해서 방문한 적이 있었다. 시내 한 복판에 큰 요양병원이 생겨서 요즘의 트렌드에 잘 맞겠구나 싶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내가 아는 이사장님께서 18층에서부터 내려오면서 병원을 소개해주셨다.
병원에 누워계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분들이 어디서 오셨을까?’ 요양병원을 둘러보면서 직업병이 도진 것이다.
“이분들이 어디서 오셨나요?” 이사장님께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말씀하셨다.
“집에서 온 사람도 있고 다른 병원에서 온 사람도 있지!”
“다른 병원에 계시기 전에는 어디에서 계셨을까요?”
“집에 있었겠지!”
그렇다. 뻔한 이야기지만 병원에 누워계신 분들은 병원에 오시기 전에 집 한 채를 사용하시거나 방 한 칸을 사용하시다가 병원의 침대 하나로 들어오셨다. 그 집이나 그 방을 버리고.
그렇다면 어르신들이 나오신 그 집이나 그 방은 누가 쓰고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 비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었다. 이미 과잉이다. 더군다나 이 수치는 요양원, 요양병원, 호스피스 병원 등의 침대 수는 아예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다.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잠깐이라면 몰라도 요양원이자 호스피스병원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시기 어려운 분들이 대부분이다. 집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 분들이 평생 거주하는 또 하나의 주거지이다.
전국에 요양병원이 약 1300여 개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1300여 개의 요양병원에 침대 수는 몇이나 될까? 관련 자료를 찾기는 힘들지만 1개의 요양병원이 최소 130병상 이상이어야 손익이 맞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참고로 평균 200병상으로 보면 전국에 요양병원의 침대 수는 약 26만개의 병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생기고 있다.
2002년까지는 전국에 54개에 불과했던 요양병원 수가 현재는 1300여개에 이르러 11년 동안 20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혼자서 거동하기 어려운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요양병원 수는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강의할 때 농담처럼 앞으로 20년 후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보다 요양병원의 시가 총액이, 장례식장의 시가 총액이 더 높을 것이란 얘기를 하곤 한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병상은 늘어나고 빈 집은 늘어나는데 들어올 사람은 없고 그렇다면 집값은 어떻게 될까. 사실 고민한 필요도 없이 확실한 걸 가지고 칼럼을 쓰는 것조차 시간 낭비인 듯하다.
우리나라 가계 총자산에서 부동산과 기타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94%에 이르고 있다. 은퇴자들은 부동산 문제를 명확히 해결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행복한 은퇴를 기대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하기를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지 않을까.
☞ 은퇴설계와 관련된 문의는 이메일(ohcfp@daum.net) 또는 블로그(blog.naver.com/bestcfp)로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