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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메시지, 읽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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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자I 2007.01.05 12:19:11

상반기 개봉 감독 5인 ''작품 의도''

[조선일보 제공] 2007년이 반가운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여기, 이 다섯 명 감독의 신작<표>을 곧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100번째 작품을 공개하는 임권택(70),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 이성강(44), 다큐스타일 드라마의 한 정점을 보여주는 박진표(40), ‘말아톤’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정윤철(35), 그리고 ‘연애의 목적’으로 도발적 상상력을 보여줬던 한재림(30). 모든 촬영을 마치고 관객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감독들의 생생한 육성을 전한다. 마케팅용 수사(修辭)가 아닌, 내 영화의 진짜 메시지, 그리고 잠 못 이루는 부담까지.

◆임권택 ‘천년학’=“열흘쯤 전에 촬영을 모두 마쳤다.
 


100번째라는 숫자, 물론 대단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아무나 100편를 찍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대단히 귀한 기회라는 생각도 감히 한다. ‘천년학’을 통해 한국인이 갖는 미감이랄지, 정서랄지, 그런 것들을 한 폭의 거대한 그림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그림 말이다. 내가 평생 영화를 찍으며 터득한 노하우라고 해야 하나, 경험이나 기술, 쌓인 체험 같은 것들을 이번 작품에 모두 쏟아 부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것도 욕심이겠지(웃음). (제작비 문제로 촬영이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촬영은 평탄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은 찍은 것 같다. 이제 편집과 녹음 그리고 CG 작업을 마치고 나면 관객의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

◆이성강 ‘천년여우 여우비’= “장편 애니메이션이 1년에 한 편도 나오지 않는 한국의 현실에서, 솔직히 부담이 크다.

분명 문화적 창작품이지만, 흥행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외피는 구미호를 소재로 한 모험이야기. 하지만 내면으로 들어가보면 사춘기를 거치는 열서너 살 아이들의 정체성 찾기다. 전작 ‘마리이야기’가 보다 정서적이고 진지한 작품이었다면, ‘천년여우 여우비’는 캐릭터나 상황으로 재미를 만들어 낸다. 캐릭터는 종이에 대고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들이다. 애니메이터의 손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배경은 불투명 색채를 배제했다. 투명 물감으로 수채화처럼 느껴질 것이다. 컷 수로 따지면 대략 1300컷. 거의 실사 액션영화 수준으로 많은 컷이 들어갔다.”

◆박진표 ‘그놈 목소리’=“시나리오를 다 쓰고 난 뒤 다섯 글자를 붙이는 습관이 있다.

이번에는 ‘현상수배극’. 장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극이 진정으로 표방하는 바다. ‘너는 내 운명’ 때도 ‘통속사랑극’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영화의 소재는 지난 1월 공소시효가 지난 1991년 이형호군 유괴사건이다. 협박당하는 부모의 피 말리는 44일, 그리고 그 기간의 처절함과 절박함, 절실함을 다룬다. 개인의 아픔이 너무 작게 치부되고, 너무 쉽게 잊히는 것에 대한 분노가 있다. 다큐형식만 계속한다고 말씀들 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그것밖에 못한다. 방송에서 그렇게 살도록 훈련 받았다(그는 교양 PD출신이다). 허구도 흥미롭지만, 현실이 더 드라마 같으니 어쩌겠는가. 참 스릴러 아니다. 너무 그 쪽으로들 기대하시는 것 같아서. 굳이 따지자면 휴먼드라마라고 할까? ”

◆정윤철 ‘좋지 아니한家’=“이상적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를 이해한다고 하는 것은 대부분 착각이나 오해인 경우가 많다. 가족도 그렇다. 서로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인정하는 것. 그게 가족을 해체하지 않고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방식이 아닐까. 달과 지구를 생각해보라. 서로 적당한 거리에 있으니까 그 상태의 유지가 가능한 거지. 그렇다고 너는 너, 나는 나 식의 소위 쿨한 것과도 거리가 있다. 또 억지 결말을 만들어내거나 눈물 흥건한 신파가 아니라, 따스하고 위트 있게 표현하고 싶다. ‘말아톤’은 제 생각보다 훨씬 큰 사랑을 받았지만, 서퍼모어(2년차) 징크스에 대한 부담은 솔직히 없다. 그냥 이 작품에 대한 부담이 있을 뿐이다. 이 영화는 코미디라고 하기는 그렇고, 차라리 드라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댄스나 발라드만 하다가 처음 재즈를 선보이는 듯한 느낌이다.”

◆한재림 ‘우아한 세계’=“요즘 편집 마무리 중인데, 밤에 잠이 안 온다. 별로 부담 같은 것 잘 모르고 살았는데….

‘연애의 목적’ 이후 너무 기대를 많이 해주시니까. 한국 40대 가장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누아르라는 형식을 빌려 말한다. 그런데 내심 정말 알아줬으면 하는 것은, 40대 가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떤 사람의 삶도 누아르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건, 또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건. 삶이라는 것이 누아르처럼 힘들고 고난의 연속일 수도 있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비장미나 엄숙함, 비극성 쪽은 아니다. 그런 부분을 없애고 현실적 느낌으로 풀어보려 한다. 삶의 아이러니 같은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고민이 더 많다. 마케팅 하는 분들이 힘들 거다. 누아르라고 해야 할지, 가족드라마로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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