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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브리핑]회사채시장이 알려주는 메시지

경계영 기자I 2013.10.01 08:05:1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기업 운영의 필요조건은 자금이다. 자금이 있어야 연구개발(R&D)을 하고 필요한 자재 등을 마련해 사업을 굴릴 수 있다. 기업은 자체 사업에서 이익이 나지 않을 경우 은행 등 금융기관이나 회사채 시장 등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마련이다.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이미 빚의 규모가 너무 크거나 누적된 적자 등으로 빚 갚을 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면 금융기관 등에서도 더 이상 돈 빌려주기는 어려워진다. 기업의 자금줄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그 사례가 동양그룹이다. 신용평가사는 그동안 동양그룹에 대해 등급 하향 조정 등으로 경고해왔다.

종전까지 ㈜동양의 신용등급은 ‘BB’급으로 투자부적격(투기)등급에 해당했다. 상반기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조2436억원으로 불어났는데 그에 비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808억원에 불과했다. 벌어들이는 수익으로는 금융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였다. 결국 동양은 지난달 30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동양 사태는 주식시장에도 파장을 미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인 24거래일 연속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뤄졌지만 지수는 0.7% 내리며 2000선을 밑돌았다. 특히 한진해운이 8% 이상 내리는 등 해운, 건설업종의 주가가 내렸다. 빚이 많은 기업, 계속되는 적자나 수익성 악화 등으로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업종이나 기업이었다.

회사채 시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신용도를 바탕으로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회사채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면 ‘빚 갚을 능력’에 의심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회사채시장에서 주목하는 업종이나 기업에 주의할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난달 열린 포럼에서 한국기업평가는 상반기에 등급 전망이 나빠진 업종으로 건설·시멘트, 조선·해운, 석유화학, 철강, 화학섬유 등을 꼽았다. 실제 이들 업종에는 등급 전망 ‘부정적’이란 꼬리표를 단 기업이 10곳 이상 늘었다. 유통이나 외식업, 의류업 등도 내수 부진과 함께 등급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자금줄이 막힌 기업이 사업을 지속해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동양 사태가 불거진 지금, 막연히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의존하기보다 부채 규모나 수익성 등 각 기업의 빚 갚을 능력을 다시 점검할 때다. 기본적인 체력이 있어야 새로운 날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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