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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 女 쳐다만 봤는데도 성추행인가요[양친소]

최훈길 기자I 2023.11.25 09:00:00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백수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저희 부부는 40대, 결혼 15년 차입니다. 며칠 전, 남편과 동네 상가에 갔습니다. 9층 상가인데 병원, 학원, 식당이 몰려 있는 건물이라 자주 가는 곳입니다.

9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는데 레깅스를 입은 여성과 함께 서 있었습니다. 여성이 키가 크고 하체가 눈에 띄게 볼륨감 있고 거기다 상의를 짧게 입어 레깅스 입은 모습이 자극적으로 보였습니다. 남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저도 여성의 레깅스에 눈길이 가더군요.

그런데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남편의 얼굴을 우연히 봤습니다. 정말 그 여성의 레깅스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라고요. 어찌나 추하던지.

문제는 남편의 시선을 여성도 본 겁니다. 여자가 남편을 향해 “지금 뭐하시는 거죠” 하니 남편은 아닌 척 고개를 돌렸습니다. 여자는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것도 성추행”이라며 “여기 엘리베이터 안에 CCTV 있다”며 화를 내는 겁니다. 남편은 어쩔 줄 몰라 하고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제 눈앞에서 펼쳐졌습니다. 남편이란 사람이 다른 여자를 쳐다보다 공개 망신을 당하는데, 기분이 더러웠습니다. 여성은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전화기를 꺼내고 남편은 그제야 “자기가 뭘 했냐”, “만지길 했냐’며 화를 내더니 쏜살같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여성이 신고를 하진 않은 것 같은데요. 레깅스 입은 하체를 쳐다본 것만으로도 성추행이 되는 건가요. 그리고 이런 남자랑 살아야 하나요. 내가 곁에 있는데도 이러는데, 제가 없을 때는 어찌할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레깅스를 놓고 “민망하다”, “일상복이다”는 선정성 논란이 있었어요.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10대 소녀 3명의 탑승을 제지하면서 레깅스를 부적절한 옷차림이라고 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 운동회 때 교사가 레깅스를 입고 있어서 민망했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세대와 지역을 넘어서 ‘운동복인데 뭐가 문제냐’, ‘아무리 패션이라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 민망하다’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사연처럼 여성의 중요 부위를 뚫어지게 쳐다만 봐도 성추행이 되나요.

△성추행은 합의하지 않은 신체 접촉으로 타인에게 혐오감, 성적수치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얼굴을 쓰다듬기, 어깨 감싸 안기, 팔 어루만지기, 뽀뽀하기 등과 같이 타인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 접촉이 해당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폭행, 협박 등이 동반되거나 성기, 엉덩이, 가슴과 같이 성적으로 민감한 법률상 주요 부위에 대한 추행은 형량이 더 높아집니다.

그러나 신체 접촉 없이 단지 여성의 중요 부위를 쳐다보기만 한 행위는 성추행으로 판단해 처벌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연의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신고를 하면 어떻게 되나요.

△실제로 쳐다만 본 걸로 성추행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해당 여성의 신고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먼저 수사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고소 내용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사실과 다르게 신체 접촉까지 있었던 걸로 고소됐다면 증명할 입증 자료가 있는지 준비해야 합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일관되게 답변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시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계속되고 여성이 불쾌감을 표시했음에도 지속적으로 쳐다봤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피해자 중심으로 가고 있고, 민사소송 등으로 법적 책임을 물 수도 있습니다. 상대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어떤 행동도 절대 삼가야 합니다.

-대법원이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것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건도 있었죠.


△문제된 사안은 버스에서 내리려고 서 있던 레깅스 입은 여성의 하체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건입니다. 원심 법원은 ‘신체가 직접 노출되거나 엉덩이를 강조하지 않았고, 레깅스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입을 수 있을 정도로 일상복이고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는데요.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않을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직접 신체가 노출되지 않더라도 촬영 부위가 엉덩이였던 점을 지적하면서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된다’며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건 명백히 범죄 행위에 해당함을 주의하셔야 합니다.

-사연자인 아내가 남편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했는데요. 이런 상황도 부정행위로 볼 수 있을까요.

△법원은 다른 이성과의 교제, 스킨십, 애정 표현 등을 부정행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떤 외부적 행위 없이 단순히 레깅스 입은 여성을 쳐다본 행위만으로는 민법 제840조 제1호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이러한 행위가 우발적, 일회적이지 않고 성적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성추행 범죄까지 저지르는 일이 지속 반복돼 부부간 신뢰가 훼손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의 이혼사유에 해당할 수는 있습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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