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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기다리는 기분”…진단평가 통보 앞두고 숨죽인 대학가

신하영 기자I 2018.05.28 06:05:00

교육부 내달 중순 1단계 진단평가 결과 대학에 통보
상위60% 포함돼야 정원감축 압박 안 받고 재정지원
‘부실 대학’ 낙인찍히면 학생충원 어렵고 지원도 차단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최근 대학기본역량진단(진단평가)의 1단계 평가를 마무리한 가운데 대학가에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평가 결과 상위 60%에 포함되지 못하는 대학은 입학정원을 감축해야 하며 정부 재정지원에서도 제한을 받는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힐 경우 학생충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대학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 내달 중순 1단계 평가결과 대학에 통보

교육부의 진단평가는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전임교원확보율·수업관리·장학금지원·충원율·취업률 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평가 결과 상위 60%에 포함된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돼 교육부로부터 정원감축 압박을 받지 않는다. 대학별로 규모에 따라 30억~90억원씩 총 4448억 규모의 재정지원도 받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27일 “최근 1단계 진단평가를 끝내고 결과를 취합하고 있다”며 “다음 달 중순께 자율개선 후보 대학에 평가 종료를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대학 중 특별한 부정·비리가 없는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는 ‘평가 예외’ 대학 수가 변수다. 교육부는 ‘평가 예외’ 대상을 제외한 대학 중 상위 60%를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한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추진계획’에 따르면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 △예체능계열 대학 △신설·통폐합 뒤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대학 등이 ‘평가 예외’를 신청할 수 있다. 종교·예체능계열의 경우 ‘취업’ 목적 학과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대학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는 대학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현재 교육부에 평가 예외를 신청한 대학은 30~40개교로 알려졌다.

◇ 일반대학 95~100곳 자율개선대학 지정될 듯

자율개선대학은 4년제 일반대학(교대 포함 199개교) 기준으로 ‘평가 예외’ 대상을 제외한 대학 중 상위 60%인 95~100개교 정도가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상위 60% 중 50%는 △수도권 △대구·경북·강원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부산·울산·경남권 등 5개 권역별로 선정한다. 예컨대 같은 권역 내에 30개의 대학이 있다면 평가 결과 상위 15위 안에 포함돼야 안정권이다. 나머지 10%는 전국단위 평가로 가린다.

이처럼 권역별 평가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학들은 인근 대학과 비교해 진단평가 결과를 미리 예측해보기도 한다. 수도권 A대학 교수는 “내부적으로 모의평가를 해보니 우리 대학은 수도권에서 상위 50% 안에 포함됐다”면서도 “하지만 진단평가에선 심사위원 주관이 반영되는 정성평가도 있기 때문에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대한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 제안 범위(자료: 교육부)
◇ 하위 20% 부실대학 사실상 퇴출 추진

하위 40%에 포함된 대학은 6~8월 사이 2단계 평가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2단계 평가에선 △교육과정(교양·전공) △지역사회 협력·기여도 △재정·회계의 안정성 등을 평가해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을 구분할 방침이다. 하위 40% 중 상대적으로 평가성적이 좋은 역량강화대학(20%) 중 일부는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조건으로 대학 당 20~30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하위 20% 미만인 재정지원제한 대학은 사실상 퇴출 대상이다. 이들 대학의 2019학년도 신입생·편입생은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없거나 일부 제한을 받는다. 특히 이 중에서도 하위 10%에 해당하는 대학은 신입생·편입생의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이 전면 차단된다.

국가 교육통계에 따르면 대입정원(55만5041명)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2021학년 대입에서는 고졸자보다 대입정원이 9만5106명 남아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장학금 제한 등 제재를 받는 대학은 학생 충원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존폐 위기에 몰릴 수 밖에 없다.

충청권의 B대학 교수는 “지방에선 일부 국립대를 제외하면 안심할 대학이 없을 것”이라며 “저승사자를 기다리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하위권에 포함될 경우 대학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진단평가 결과 최하위권 대학에 대해서는 대학별 컨설팅을 의무화하고 정상화를 모색한 뒤 정상화가 불가능할 경우 학교 폐쇄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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