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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반퇴(半退)사회, 치킨집 아닌 학교로 가라

김정민 기자I 2017.01.24 06:00:00
‘은행권 허리띠 졸라매고 또 졸라매고... 올해도 대규모 희망퇴직 줄이어.’ 지난 9일자 이데일리 기사 머리글이다. 촛불과 태극기가 광장을 메우고 있는 한편에선 연말 연초 마다 되풀이되는 중년들의 퇴직 행렬이 소리 없는 눈물과 두려움의 외침으로 더 크게 들려온다.

올해 은행권의 감원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57% 증가한 4500여명 규모에 달한다고 한다. 더욱이 핀테크 열풍이나 디지털 뱅킹 확대로 인원 감축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라 하니 대한민국 직업훈련의 최전선에 몸담고 있는 필자에게는 결코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201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중고령자의 직장 은퇴 평균나이가 49.1세, 연금수령자 비율은 44%,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51만원으로, 은퇴했지만 소득절벽으로 준비 없이 노동시장으로 다시 내몰린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은퇴 후 제일 만만한 게 음식점이다. 진입 문턱이 낮은 만큼 한집 걸러 하나씩 치킨집, 프렌차이즈, 소형마트 등 생활 밀착형 업종이 주를 이룬다.

2015년 서울시 골목상권 업종 분석에 따르면 10년 생존율은 20%에 그친다. 10개중 8개는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별반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동네 골목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점포가 일상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은퇴자들도 이제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학습효과가 생겼다.

그래서 찾은 돌파구가 자본이 필요 없고 별다른 경력이 없이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문제는 특정직종으로의 쏠림현상이다. 벌써부터 자격증 포화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2016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은 남성은 지게차운전, 여성은 한식조리 등 취업이나 창업이 쉬운 직종이다.

‘퇴직 후 치킨집이 아니라 학교로 가라.’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이 쓴 책의 소제목 중의 하나다. 공공직업훈련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축, 부동산, 소자본 창업으로는 노후파산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쓸모 있는 기술하나가 답이다.’란다. 문제는 ‘쓸모 있는’이라는 수식어의 충족이다. 나에게 ‘쓸모 있는 기술’이 무엇일까, 우선 그 고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는 중장년층에게 전문컨설팅을 통하여 생애 재설계를 도와주고, 이전 직업과 재취업 직업 간의 적합성이나 새로운 이동경로로 이어주는 다양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폴리텍대학은 전국 35개의 캠퍼스에서 3000여 명의 중장년세대에게 인생 이모작을 위한 직업훈련의 장을 마련하였다.

올해 47살인 배한웅 씨는 사범대학을 졸업한데다 중등학교 정교사, 무역실무검정, 일본어능력시험 등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한 인재다. 그는 작년에 금형제작 업체에 취직했다. “평생 무역과 수출입 업무를 해왔고 그 중 프레스금형의 해외영업 일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금형에 대한 실무에 관심이 생겨 폴리텍대학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배씨는 “현재의 회사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후 금형과 관련된 무역회사를 창업하는 것이 포부다. 퇴직금을 쏟아 붇지 않고 직업훈련을 받은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최근에 발간된 ‘백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교수는 96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65세에서 75세까지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회고하였다. 은퇴 후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우리는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학교로 가라!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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