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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아트라스BX 흡수합병…쟁점 3가지는

김재은 기자I 2020.12.14 02:00:00

자사주 58% 어떻게?…"소각후 합병해야"
자사주에 신주배정시 테크놀로지그룹 주총 거쳐야
아트라스BX 주가 저평가…"시가 평가 원칙에 불가피"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000240)(옛 한국타이어그룹)이 추진 중인 한국아트라스비엑스(023890)(아트라스BX) 흡수합병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제출한 합병신고서에 대해 정정을 요구했다. 제출된 합병계획이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아트라스BX는 현재 자사주가 58%를 웃도는 데다 유통주식수 부족 등을 이유로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4배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는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정해야 하는 만큼 소액주주들은 자사주 소각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58% 웃도는 자사주 ‘핵심’…소각? 신주배정?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현재 아트라스BX 지분 31.13%를 가진 최대주주다. 지난달 26일 조현범 사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지주사) 대표이사 복귀를 의결한 이사회에서 아트라스BX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비율은 아트라스BX 1주당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3.3920964주를 배정하며 아트라스BX는 소멸법인이 된다. 기준주가는 아트라스BX가 주당 5만3599원이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주당 1만5801원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소액주주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합병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행동주의 펀드이자 소수주주인 밸류파트너스는 “금감원의 합병신고서 정정요구를 환영한다”며 “이번 합병은 외관상 두 상장사간 합병이지만, 본질은 지배주주와 소수주주간 이해상충(제로섬) 거래”라고 지적했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 대표는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사서 지분율을 높이고, 합병하면서 3000억원이상을 지배주주가 가져가는 것”이라며 “이런 방안이 용인된다면 한국 자본시장의 기준이 서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아트라스BX가 소멸회사가 되면서 60%에 달하는 자사주가 지배주주에 유리한 차등합병을 초래한 만큼 자사주 소각 이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자사주에 대해 합병신주를 배정하지 않았다. 소수주주는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든 하지 않든, 아트라스BX 중 60%의 가치를 합병하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범 사장이 가져간다는 주장이다. 만약 자사주에 합병신주를 배정할 경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소규모 합병(10%)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을 의결해야 한다. 다만 대규모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데 대해선 금융감독원 측도 신중한 입장이다.

밸류파트너스는 △자사주 소각 이후 상당 시일이 지난 후 합병을 추진하거나 △자사주 소각 후 재상장기준가인 12만8936원(합병기준가 5만3599원으로 소수주주 주식을 공개매수한 후 합병하는 방법 △합병 시 반대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12만8936원으로 조정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유통주식 10% 못 미치나 관리종목 지정도 피해

아트라스BX가 과거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은 2470억원을 웃돈다.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 상장폐지를 통해 100% 자회사로 만들려던 계획은 대주주가 95%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다. 아트라스BX는 2016년 3월과 5월 2차례에 걸쳐 공개매수(주당 5만원)에 나섰고, 그 결과 보유한 자사주가 58.43%(534만6107주)나 된다. 최대주주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 31.13%에 자사주 58.43%를 더할 경우 89.56%로 현재 유통가능 물량은 10.44%에 그친다. 이마저도 밸류자산운용과 국민연금 등이 가지고 있어 실제 유통물량은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거래소는 연 단위로 주식분산요건 20% 이상을 채우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하는데, 아트라스BX는 이마저도 해당사항이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통상 상장주식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유통물량 2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 요건을 채우지 못할 경우 연 단위로 점검해 관리종목에 지정하고, 2개 연도 연속 사유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상장 폐지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외규정에서 ‘공개매수를 통해 30%이상 지분을 매입한 경우’엔 주식분산 요건을 채우지 않더라도 관리종목에 지정되지 않는다. 이미 공개매수로 지분 58%를 사들인 아트라스BX가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자진 상장폐지가 무산된 이후 아트라스BX는 주당 700원 수준이던 배당을 300~400원 수준으로 낮췄고, 유통주식수 부족으로 거래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실제 공개매수 직후인 2016년 6월 이후 지난 11일까지 일평균 거래량은 3004주에 불과하고, 4년 반동안 누적거래량도 334만9794주(발행주식 총수의 36.6%)에 그친다.

시가가 공정가치인데…“제도적 맹점 파고든 것”

자본시장법상 상장사는 합병시 시장가치(주가)를 기준주가로 가치를 산정하지만, 현재 아트라스BX의 시가는 상당 부분 왜곡돼 있다는 주장은 다소 설득력 있다. 2016년 공개매수가 5만원은 산정 당시 최근 1년 주가에 비해 12%정도 할증된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아트라스BX의 주가(11일 종가)는 5만8000원 수준으로 공개매수 종료 직후인 2016년 5월말(5만2400원)에 비해 4년여간 10.7% 오르는데 그쳤다.

밸류파트너스에 따르면 아트라스BX의 주당 순자산가치(BPS)는 2016년 6월말 이후 4년간 2배가량 상승한 약 11만원이지만, 현 주가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원활한 유통이 안 되면서 적정 밸류에이션이 시가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현재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상장폐지를 진행할 수 없다. 2019년부터 자사주를 최대주주 지분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하면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서는 공개매수 요건(대주주 95% 이상 지분)을 채우는 게 불가능해진 탓이다.

그 결과 회사 측은 소규모 흡수합병을 통해 회사 돈으로 매입한 아트라스BX 자사주 58.43%를 유지한 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멸법인의 자사주에 신주를 발행하지 않으면 자사주는 소멸법인과 함께 사라진다. 그룹은 아트라스BX의 잔여 지분 40%에 대한 신주 발행의 대가를 치를 뿐이다.

만약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자사주를 소각한 이후 합병할 경우 아트라스BX의 합병가액이 지나치게 높아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지급해야 할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합병 증권신고서는 통상 2~3차례 정정 요구를 받으며, 현재로선 금감원 정정 요구를 면밀히 파악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자사주 소각 등은 검토하지 않으며, 내년 4월 1일을 목표로 기존과 같은 합병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액주주 주장에 대한 회사 측 소명을 정정신고서에 반영하라는 것”이라며 “일단 보완된 내용을 보고 향후 추가 검토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의 최대 수혜는 조현범 사장 일가이고, 소수주주 주장처럼 일정부분 아트라스BX 가치가 저평가된 부분도 있다”며 “그러나 적정가치가 얼마인지 하는 다툼은 쉽게 가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개매수가 추진되는 기업은 관리종목 지정시 거래가 잘 안돼 적정가치가 반영이 안될 수 있는 만큼 거래소에서 예외조항을 둔 것”이라며 “상장사는 시가평가가 원칙인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현 제도의 맹점을 파고든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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