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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록의 미식로드] 주방장 경력만 61년, 소갈비 원조 '조선옥'

강경록 기자I 2019.09.06 06:00:00

을지로 3가 노포 '조선옥'
1837년 문열어 3대째 을지로 지켜
양념에 이틀 숙성이 비결
잡맛 없이 깔끔해

조선옥 소양념갈비
좁은 골목길 사이에 있는 조선옥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서울의 오래된 골목 ‘을지로’. 이곳에는 소갈비와 육개장을 팔고 있는 ‘조선옥’이라는 오래된 가게가 있다. 조선옥 옆으로는 내장탕과 칼국수 등 점심 메뉴와 곱창볶음으로 유명한 ‘우일집’과 ‘갈비와 육개장을 팔고 있는 ’안성집‘도 있다. 일명 노포거리다.

이 가게를 찾아가는 길. 2호선 을지로역 좁은 골목. 이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허름한 간판의 조선옥이 있다. 이 식당은 을지로를 대표하는 맛집 중 하나. 1937년에 문을 열었으니, 그 역사만 무려 82년에 달한다. 조선옥의 황금기는 1960~70년대. 서울 시내에서 갈비를 먹을 만한 곳으로는 조선옥을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당시 ‘불고기는 한일관, 갈비는 조선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고(故) 이금순(1922~1992)씨가 조선옥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그의 아들 김정학씨가 뒤를 이었다. 김정학 씨는 ‘월간 바둑’을 창간하고 우리나라 바둑의 후원자로 유명하다. 조선옥은 현재 3대 김진영 사장이 경영하고 있다. 조선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인물은 박중규(80)옹. 현역 주방장 중에서 최고령으로 꼽힌다. 올해로 입사 61년 차로, 조선옥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다.

조선옥을 찾는 손님은 대부분 소갈비·대구탕(대구식 육개장)·갈비탕·평양냉면을 주로 찾는다.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조선옥을 대표하는 음식은 소갈비다. 이곳에서는 터줏대감인 박중규 옹이 연탄불 앞에 앉아 갈비를 굽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탄을 피워 올린 화덕에 양념한 소갈비를 올려 구워 기름기를 빼고 철제그릇에 담겨 나온다. 설탕·진간장·마늘·참기름으로 이틀 숙성해서 잡맛을 없애고 깔끔하다. 하지만, 대파와 양파는 안 쓴다. 잡맛이 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선옥 갈비의 또 다른 맛의 비밀은 바로 ‘뜯는 맛’이다. 외갈비는 채끝 같은 다른 부위를 넓게 붙여 고기 자체의 맛을 즐기게 되지만, 조선옥은 뼈에 붙은 고기를 뜯어 먹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조선옥 단골들은 소갈비를 반쯤 먹은 후 냉면을 시켜 남은 갈비에 싸서 먹는다. 담백하고 시원한 맛의 냉면이 갈비 양념 맛을 한 번 더 살려주기 때문이란다.

조선옥의 또 다른 명물은 ‘대구탕’이다. 대구탕은 대구식 육개장이다. 그렇다고 대구식 육개장과는 조금 다르다. 보통 대구탕은 따로국밥, 육개장, 선지우거지해장국 등을 통칭해 부르는 말. 지역마다 들어가는 부재료가 조금씩 다르다. 조선옥은 갈빗살탕이다. 대파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식감이 좋고 기름기가 덜해 국물맛이 깔끔한 게 특징이다.

고(故) 이금순 씨
조선옥 냉면
조선옥 소양념갈비
조선옥 대구식 육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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