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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탐사수’ 순위 조작으로 100→1위…“위법사실 알고도 자행”

강신우 기자I 2024.06.14 06:00:00

[공정위 쿠팡 제재]
행위중지·과징금 1400억원·법인 고발
임직원 2300명 동원해 검색순위 조작
알고리즘으로 자사우대·경쟁상품 배제
쿠팡 “형평 잃은 조치 유감, 소송준비”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쿠팡이 자사 임직원 2300명을 동원해 탐사수·곰곰·코멧 비롯한 자체브랜드(PB)와 직매입 등 자기 상품을 중심으로 구매 후기 7만여 개를 쓰고 높은 별점(4.8점)을 부여해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한 행위가 적발됐다.

이 같은 행위로 소비자들은 쿠팡 내 검색화면에서 원하는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서 찾을 수 없었고 입점업체는 가격을 내려도 쿠팡의 자기 상품에 밀려 상위 노출이 안 되니 가격 인하 유인이 없었다. 결국 상품의 평균 판매가격이 오른 것인데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이미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쿠팡과 씨피엘비(쿠팡 PB상품 전담 자회사)의 이 같은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행위중지)과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했다. 유통업계 제재 기준으로 사상 최고액이다. 또 이들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쿠팡을 상대로 조사한 위법행위는 2가지다. △알고리즘을 조작해 직매입상품과 PB상품을 인위적으로 상위에 노출한 혐의 △임직원을 동원해 구매후기를 작성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PB상품의 상위 노출을 쉽게 한 혐의 등이다.

먼저 쿠팡은 3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250개의 자기상품을 검색순위 상단에 고정 노출했다. 이를테면 자기상품을 1~3위에 상위 고정하는 프로덕트 프로모션, 자기 상품의 기본 검색순위 점수를 1.5배 가중하는 전략적 우수 상품(SGP), 자기 상품에 대해 검색어 1개당 최대 15개까지 검색순위 10위부터 5위 간격으로 고정 노출하는 콜드스타트 프라임워크 등의 알고리즘으로 검색순위를 조작했다.

더욱이 쿠팡이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한 상품은 ‘판매가 부진한 상품’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상품’도 포함됐다. 또한 쿠팡은 이 같은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을 알고서도 알고리즘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행위의 고의성이 있으면 고발이나 과징금 액수 등 제재 수위가 높아진다.

이로써 쿠팡은 자기 상품의 노출수(43.3%↑)와 총매출액(76.1%↑)을 크게 늘렸고 21만개 중소 입점업체는 쿠팡이 자기 상품을 상위에 지속적으로 고정 노출하고 있어서 자신의 중개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기 어렵게 됐다. 쿠팡의 자기 상품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조홍선 부위원장은 “쿠팡의 검색순위 알고리즘은 가격을 내리면 검색순위가 올라가는 데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쿠팡이 자기상품을 상위에 고정 노출하면서 입점업체는 가격을 내려도 상위에 노출되지 않아 가격 인하의 유인을 얻을 수 없다”며 “결국 검색 순위 조작으로 평균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쿠팡은 주요 직책자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인 CLT에서 ‘임직원 바인’(체험단)을 실시하기로 결정하는 등 전사적인 목표 아래 행위를 실행했다. 또한 초기 2년간 출시된 PB상품의 78%에 대해 임직원을 동원해 후기를 썼다. 이 역시 위법행위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고 주장하는 이번 결정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며 “형평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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