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관객 춤추게 만드는 뮤지컬…새로운 소비층 부상

장병호 기자I 2019.08.05 06:00:00

'맘마미아!' '벤허' 40대 이상 관객 인기
추억·향수 자극하는 작품…반응 뜨거워
뮤지컬 주 관객은 20~30대? 옛 이야기
"베이비부머 세대, 문화 소비층 새로 진입"

뮤지컬 ‘맘마미아!’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옛날 추억이 절로 생각나죠?” “몸을 가만히 놔두지 못하겠어요.”

뮤지컬 ‘맘마미아!’가 공연 중인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요즘 이곳에서는 중년 관객들의 ‘춤판’이 벌어진다. 본 공연이 끝난 뒤 이어지는 커튼콜에서 성별과 세대를 불문하고 모든 관객이 일어나 음악에 몸을 맡기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커튼콜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공연 내내 어깨를 들썩이던 중년 관객들이다.

70년대를 풍미했던 팝 그룹 아바의 노래로 꾸민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는 2004년 예술의전당에서 가진 국내 초연 때부터 중년 관객의 남다른 사랑을 받았다.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초연 당시 총 객석 점유율 50% 이상을 중년 관객이 차지했었다”며 “특히 이번 시즌 공연은 중년 관객의 반응이 더욱 뜨겁다”고 말했다.

‘맘마미아!’가 중년 관객을 사로잡은 이유는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 그리고 공감 가는 스토리에 있다.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옛사랑의 추억과 딸에 대한 복잡한 마음에 사로잡히는 주인공 도나의 이야기가 중년 관객과 배우 모두를 사로잡고 있다. 한 중년 여성 관객은 “예전에는 남편과 봤던 공연을 이번에 딸과 함께 봤는데 주책 감성이 폭발해 눈물을 흘렸다”는 평을 남겼다. 도나 역을 맡은 배우 최정원도 “딸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이번 공연에 더욱 감정몰입이 된다”고 말했다.

흔히 뮤지컬의 주 관객층은 20~30대 여성 관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뮤지컬 시장이 점점 성장하면서 관객층도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올 여름 뮤지컬 시장에서는 20~30대 못지않게 40대를 넘어 50대 이상 중년 관객의 ‘티켓 파워’가 힘을 발휘해 눈길을 끈다.

티켓 예매처 인터파크에 따르면 ‘맘마미아!’ 예매자 중 40대 관객의 비중은 28.7%에 달한다. 20대(28.4%)와 30대(30.2%)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50대 이상 관객의 경우 자녀들이 티켓을 구매해 함께 관람하는 경우가 많음을 감안하면 중년층 관객 비중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뮤지컬 ‘벤허’의 2017년 초연 장면(사진=뉴컨텐츠컴퍼니).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벤허’도 ‘맘마미아!’와 마찬가지로 중년층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며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루 월러스가 1880년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국내에서는 찰턴 헤스턴 주연의 고전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2017년 초연은 인터파크 티켓 예매율에서 40대의 비중이 22.2%나 됐다. 2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재공연도 40대 티켓 예매 비중이 19.3%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40대 이상 관객의 예매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벤허’를 홍보하는 쇼온미디어 관계자는 “‘벤허’는 중장년의 향수를 자극하는 공연으로 특히 남자 중년 관객의 비중이 높았다”며 “이번에도 초연의 입소문이 난 만큼 중년 관객들이 많이 극장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주인공 벤허가 검투 경기에 출전하는 과정을 담은 새로운 장면과 함께 연주곡을 포함한 14곡의 넘버를 추가해 등 초연보다 더 완성도를 갖춘 무대를 선보인다.

10주년 기념 앙코르공연으로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영웅’도 중년 관객의 반응이 뜨겁다. 안중근의 이야기를 그린 대표적인 창작뮤지컬 ‘영웅’은 인터파크 예매율에서 40대의 비중이 27.1%로 20대(31.9%), 30대(30.9%)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한 ‘반일’ 움직임 속에서 애국심을 자극하는 작품으로 관객들이 더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뮤지컬을 관람하는 중년 관객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최근 문화향유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40대의 문화예술 관람률은 2016년 대비 2.7%, 50대는 4.2% 늘어나 중장년 층의 문화예술 관람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의 경우 관람률 증가폭이 9.0%로 가장 높았다.

또한 서울문화재단이 지난 6월 발표한 ‘2018년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에서도 50~60대의 문화관람률은 75% 이상(남성 77%·여성 88.5%)을 차지해 20대(남성 66.9%·여성 6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의 문화관람률도 77.7%에 달했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예전의 노년층과 달리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문화 소비층으로 진입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이를 분석했다.

뮤지컬 ‘영웅’의 한 장면(사진=에이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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