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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슬기로운 투자생활]잘 나가는 소프트뱅크에 신용평가사는 갸웃

이슬기 기자I 2019.05.14 07:30:29

글로벌 신용평가사, 소프트뱅크 '투자 부적격' 판단
적은 영업현금흐름·高부채…포트폴리오 편향도 지적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설립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운 좋게 아름다운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100조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이끄는 라지브 미스라 부사장은 지난달 말 미국 비버리힐즈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2017년 설립한 비전펀드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량공유업체 우버, 공유오피스업체 위워크, 중국의 디디추싱 등 유니콘기업 82개사에 출자한 비전펀드에 대해 그만큼 자신있단 뜻이죠.

이것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닙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1% 증가한 2조 3539억엔(약 25조원)에 달한다고 지난 9일 밝혔는데요, 이는 소프트뱅크 사상 최고실적입니다. 그리고 이중 절반 가량(1조 2566억엔)을 비전펀드가 벌어들였죠.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해 주주들에게 62%에 달하는 수익률을 보장해줬다고 하네요.

그런데 소프트뱅크를 향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2월 기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소프트뱅크 장기채 신용등급을 Ba1로, 스탠더드앤푸어즈(S&P)는 BB+로 매긴 상탭니다. 양쪽 모두 소프트뱅크를 ‘투자 부적격’ 회사라고 평가한 것이죠.

주요 원인으론 대규모 부채 및 적은 현금 수입, 포트폴리오의 편향성 등이 꼽힙니다. 영업현금흐름이 영업이익의 절반에 불과한 반면, 유이자부채(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부채)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전세계에서 활발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는 까닭이죠. 여기에 중국 알리바바와 영국 암홀딩스를 포함한 4개사의 투자 비중(주식 시가 기준)이 80%를 넘기고 있다는 사실도 신용평가사들이 소프트뱅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윱니다.

니시카와 히로유키 S&P 애널리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이자부채의 부담이 크고, 투자처 가치에 대한 유이자부채의 비율도 같은 섹터의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역시 이같은 시장의 평가를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야후 주식 매각 등을 통해 현금수익을 얻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이렇게 재무구조를 강화해서 곧 세울 100조원 규모의 또 다른 ‘비전펀드2’ 자금으로 균형감 있게 쓰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런 가운데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우버는 소프트뱅크에 또 다른 시련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해 우버의 지분 16.3%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버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8% 하락한 주가로 거래를 마쳤기 때문입니다. 시가총액도 상장 직전 기업가치(760억달러)에 못미치는 697억달러에 그쳤습니다. 이때문에 마켓워치는 “상장 첫날 기준으로 지난 24년간 최악의 기업공개(IPO) 5위 안에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과연 소프트뱅크가 세계의 큰 손으로 앞으로도 군림할 수 있을지, 아니면 치욕스러운 별명인 ‘소프트펑크’처럼 커다란 부채에 시달리다 바퀴가 터져 주저앉을 것인지…. 아직 시장은 소프트뱅크의 포트폴리오를 그저 아름답게만 보고있진 않은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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