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설] 청와대 게시판에서 지지받은 허위 청원

논설 위원I 2019.03.06 06:00:00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어느 청원 내용이 허위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사실이 아닌 일을 마치 사실처럼 꾸며 게시판에 올렸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글이 10만명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고 하니, 자칫 널리 개방된 공론화의 마당을 통해 그릇된 여론을 부추길 수 있는 소지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적잖이 우려된다. 청와대 게시판이 사회적인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청원자 스스로의 사전 검열작업이 필요한데도 오히려 허위 내용까지 게시된 것이다.

청원 내용은 간단하다. 청원자의 동생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변 친구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가해자 가운데 몇 명은 아버지가 판사, 변호사, 경찰 등 권력층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응이 어려운 데다 증거를 대기도 어렵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요즘 돌아가는 사회 풍조에 비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허위 사실을 들어 눈길을 끌려고 했다는 자체가 문제다. 이 글을 올린 청원자는 20대로서, 소년법 폐지를 위한 의도에서 이같은 일을 꾸민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게시판은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관심사가 생길 때마다 찬반 양론이 들끓는 것은 물론 게시판에 관련 내용이 처음 소개됨으로써 뒤늦게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잦은 편이다. 어제만 해도 정부에 대해 적극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주문하는 청원이 줄을 이었다. 최근 강남 버닝썬클럽의 마약·성폭행 의혹과 정부의 해외음란물 강제 차단, 국민연금 개편 움직임 등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제시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민 누구에게나 제한 없이 개방됐다는 틈새를 노려 허위 정보나 제안이 제시될 수 있는 개연성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청원 내용이 사실이라고 해도 특정 집단이 의도적으로 동의를 표시하거나 반발할 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댓글 세력이 동원되듯이 청와대 게시판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른 여론조작은 걸러낼 필요가 있다. 설사 해당 정보가 공익에 목적을 둔 경우라 해도 사실이 아니라면 결과적으로 사회적인 혼란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청와대 측의 대응책 마련이 따라야 할 것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