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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민주 대선 지지율 1위 바이든, 잇단 '미투'에 발목 잡히나

이준기 기자I 2019.04.02 06:56:50

민주당 소속 짐 하임즈 하원의원 전 보좌관 '폭로'
민주당 소속 폴로레스 전 하원의원 이어 두 번째
일각 '올 것이 왔다' 분위기…女 신체접촉에 구설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민주당 내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사진 앞·76) 전 부통령이 출마 선언 전부터 ‘암초’를 만났다. 이른바 ‘미투’(MeToo·나도 당했다)의 그물에 걸린 것이다. 2명의 미투 고발자 모두 민주당 내부 인물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일각에선 여성에 대한 ‘지나친 스킨십’으로 잦은 구설에 올랐던 만큼,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민주당 소속 루시 플로레스 전 하원의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의 격주 잡지 ‘더컷’과의 인터뷰에서 2014년 네바다주(州) 부지사에 출마했을 때 지원차 찾아온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자신에게 불쾌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유세 연단에 오르기 전 어깨에 손을 얹고 머리카락 냄새를 맡으며 뒤통수에 오랫동안 키스를 했다”는 것이다. 폴로레스는 “굴욕감을 느꼈다. 당황스럽고 충격을 받았으며, 혼란스러웠다”고 당시 감정을 고스란히 전했다. 더 나아가 “연인 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친밀한 방식으로 나를 대했다. 무례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정식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지만, 바이든은 자신을 부통령으로 임명한 버락 오바마(뒤)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내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폴로레스는 5년 전 일을 털어놓은 것과 관련, “바이든이 2020년 대선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며 바이든의 낙마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바이든은 성명을 내어 “오랜 세월 수많은 악수와 포옹, 애정과 지지, 위로의 표현을 했다”면서도 “그러나 단 한 번도 부적절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하는 시대다. 남성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내가 그렇게 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면 정중하게 듣겠다”고 했다.

그러나 1차 미투 하루 만인 31일 바이든을 향한 2차 미투는 또 터졌다. 정치권의 코네티컷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익명의 여성이 페이스북을 통해 바이든의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폭로했다. 민주당 소속 짐 하임즈 하원의원(코네티컷)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에이미 라포스는 코네티컷주 지역신문인 하트포드 쿠란트와의 인터뷰에서 그 익명의 여성이 자신임을 밝힌 뒤 “2009년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의 모금행사장에서 바이든은 내 목을 감싸고, 머리를 당겨 코를 비볐다”며 “나에게 키스를 하려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바이든은 부통령, 나는 보잘것없는 사람이어서 소송은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여성에 대한 바이든의 신체접촉은 그동안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을 자주 받아왔다. 2015년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취임식에서 카터 장관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거나, 2016년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몸을 끌어안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미국 CNN방송은 “(미투로 인해) 바이든이 큰 타격을 입을지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도 “포스트 미투 시대, 나이 많은 백인 남성이라는 정체성을 극복해야 하는 건 과제”라고 진단했다. 즉, 백인이라는 ‘주류’와 나이 많은 ‘꼰대’ 이미지에 더해 미투까지 합세하면, 바이든의 대선 가도가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인터넷매체 복스도 “젊은 층과 여성들이 주도하는 민주당을 구세대인 바이든이 대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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