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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전쟁 외풍에…식음료株 불법공매도 주의보

김응태 기자I 2023.10.25 06:00:00

KT&G, 오리온 등 공매도 상위 종목 진입
원부자재 가격 급등에 실적 악화 우려 여파
글로벌 긴축 장기화시 소비 둔화도 악재
불법공매도 타깃 우려 목소리도
"국내증시 공매도 타격 영향 커 경계 필요"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미국의 국채 금리가 급등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대외 변수에 식음료주가 공매도 주요 타깃으로 부상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인데, 한편에서는 물가 상승 압박이 심화하면 식음료주를 대상으로 한 불법 공매도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 특성상 공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이 상대적으로 강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공매도 거래 상위 종목에서 KT&G(033780)의 전체 거래대금 중 공매도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2.88%를 기록했다. 전체 거래대금의 5분의 1 이상이 공매도 거래대금인 셈이다. 직전 40거래일 공매도 비중 평균값 19.65%와 비교하면 3.23%포인트 상승했다.

BGF리테일(282330)도 공매도 비중이 20%에 육박했다. 지난 23일 기준 공매도 비중은 19.89%로 집계됐다. 직전 40거래일 공매도 비중 평균값보다는 줄었지만 높은 수준의 공매도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 오리온(271560)의 공매도 비중은 19.11%를 기록해 직전 40거래일 비중 평균값 13.86% 대비 5.25%포인트 상승했고, 하이트진로(000080)도 공매도 비중이 7.75%포인트 오른 18.37%로 확대했다.

식음료주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급증한 이유는 원가 부담 확대로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팔 전쟁으로 중동 분쟁이 심화하면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그 영향이 원부자재와 물류비 부담으로 이어져 식음료 업체의 마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돌파하면서 긴축 정책이 강화할 수 있는 것도 악재다. 물가가 기대만큼 꺾이지 않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하면 소비 둔화가 심화할 수 있다. 이미 지난 2분기 가처분소득은 383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식음료 업체들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판가 인상을 단행할 수 있지만 정부가 가격 인상 자제를 주문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20일 주요 식품기업과 간담회에서 “일부 원료 가격 상승에 편승한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물가 안정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식음료 업체들이 불법 공매도의 타깃이 되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홍콩 소재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의 560억원의 불법 공매도 행위를 적발하며 타깃이 된 종목 중 하나로 카카오를 손꼽았다. 당시 카카오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인한 규제가 불법 공매도의 배경이 됐고, 식음료주도 원부자재 상승이 원인이 돼 불법 공매도에 얽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가와 곡물가가 상승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 분쟁의 진행 양상에 따라 유가 급등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미국 수출 호조와 러이사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가 지속해 가격 상승에 대한 경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특성상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공매도 영향이 비교적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군집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공매도로 주가 하락 시 그 여파가 더 심화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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