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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차입금 10조원은 그간 SK이노베이션이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수치였다. 앞서 지난해 초와 올해 초 진행된 실적 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부사장)은 “순차입금이 10조원 이내에서 유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2년 연속 강조했다.
순차입금이 연초부터 강조한 수준을 넘어선 배경엔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 대규모 증설을 진행하는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이 있다. SK온은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0년 말 20GWh에서 지난해 40GWh→올해 77GWh→내년 88GWh→2025년 220GWh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포드와의 합작 공장엔 신·증설 비용을 나누지만 독자 공장엔 SK온이 온전히 비용을 부담한다. 올해 SK이노베이션이 계획한 설비투자비(CAPEX)만 6조5000억원가량으로 이 가운데 4조원 정도가 배터리 증설에 투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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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적으로는 지난해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면서 전기차 생산 증가도 더뎌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배터리에 들어가는 주요 소재 가격 급등세도 지속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미국·헝가리 공장에서의 초기 가동 비용과 대규모 증설을 앞두고 인력을 미리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 등도 부담스럽다.
당분간 재무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SK온은 외부 재원 조달에 기댈 수밖에 없다. SK온은 현재 3조~4조원 규모의 프리IPO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이 국내 투자분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고 해외 핵심 투자자는 아직 유치하고 있다. 일각에서 SK이노베이션의 SK온 증자 참여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SK이노베이션은 “성장 위한 투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려 SK온으로 물적 분할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프리IPO와 배터리 사업 실적 개선 등으로 계획에 맞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리란 설명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배터리 투자 부담을 지속하겠지만 SK온의 프리IPO에 따른 대규모 자금 유입 가능성을 고려하면 확대되던 재무 부담이 제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