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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그린뉴딜' 추진에…이재용 '환경·안전'언급 학계서 주목

배진솔 기자I 2020.06.24 04:36:10

이재용 19일 화성 반도체연구소 ''환경·안전 분야 강조''
성장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 신경쓰는 것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정부가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해 범부처 추진단을 논의하는 등 속력을 내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현장경영에서 환경과 안전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그린 뉴딜’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거듭 당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학계에 따르면 관련 전문가들은 “대기업 총수의 현장경영은 경영자의 특정 관심과 중심 가치를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과거 삼성은 성장만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성장과 함께 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ESC(Environment·Social·Governance)를 신경 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경기 화성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처음으로 환경과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 대해 따른 것이다. 그간 ‘도전’과 ‘미래’를 강조한 이 부회장은 이날 환경안전팀장을 만나 “환경·안전 분야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기반”이라며 “기술과 안전, 환경 모두에서 진정한 초일류가 될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초부터 이달 19일까지 총 8차례 국내사업장 현장 경영을 통해 발언했던 내용을 되돌아보면 도전이라는 중심가치에 더해 환경과 안전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새해 첫 현장경영활동인 경기도 화성사업장 반도체 연구소에서는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며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올 2월 다시 화성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도 “이곳에서 만드는 작은 반도체에 인류사회 공헌이라는 꿈이 담길 수 있도록 도전을 멈추지 말자”고 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도 “흔들림 없이 도전을 이어가자”, 수원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하자”와 같은 말을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의 현장방문은 민간과 국민에게 경제가 어려운 시국에도 미래 비전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방문에서 환경과 안전을 강조한 것은 정부가 ‘한국형 뉴딜’ 정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대기업으로써 정부의 보조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총 76조 원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 사업을 추진한다. 그 한 축인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기본 목표 아래에서 신산업 창출과 사회안전을 아우르는 경제적 효과를 내고자 함이다. 이에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현대차(005380)LG(003550) 등도 의기투합해 전기차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그린 뉴딜로 귀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속경영을 위한 성장동력이 기업가치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수준의 환경규제를 하고 있다”며 “외부적으로 삼성이 성장뿐만 아니라 환경·안전·지배구조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내부적으로는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현장에서 환경과 안전을 강조한 것은 처음”이라며 “반도체 초 격차전략을 유지하면서도 환경·안전처럼 같은 가장 기본이 되는 분야까지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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