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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장에서 투자할만한 부동산 실물 공급이 부진한데다, 일각에선 가격 고점 우려 등이 제기되는 상황으로 개발 단계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기관을 대상으로 설정되는 블라인드 펀드가 개발형으로 설정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연기금·공제회, 개발형 블라인드 펀드 투자 검토중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과 하나대체자산운용, 마스턴자산운용은 최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개발형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일부 연기금과 공제회는 이들 운용사로부터 투자제안서를 받아서 내부적으로 투자 검토 단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부동산 운용사들이 기관을 대상으로 개발형 부동산 펀드 설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펀드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펀드 설정 초기 단계인 만큼 기존 실물 블라인드 펀드보다 작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약 1000~3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만기는 10년 이상으로 개발 기간을 고려해서 길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개발 단계에 투자해 준공 후 분양한 뒤 적당한 시점에서 회수(exit)를 해 매각 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자금은 먼저 모은 후에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펀드다. 펀드 설정 후 딜(deal)을 발굴하면 곧바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데다, 별도의 거래 수수료가 없어 거래 비용 측면에서도 투자대상을 정해놓고 설정하는 프로젝트(project)펀드에 비해 우위에 있다.
◇ 금융권 주도로 안정성 높여
하나대체와 이지스, 마스턴운용만 블라인드 펀드에 나선 것은 이들이 가진 시장에서 평판 덕분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고서 기관의 투자금을 받으려면 이전에 펀드를 운용했던 트랙레코드(track record)와 평판 등이 중요하다”며 “특히 개발형의 경우 실물형 펀드에 비해 리스크가 있는 만큼 역량과 네트워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행사가 사업을 주도하면서 금융권에서 별도 자금을 모아서 진행했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개발 단계부터 금융권에서 주도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사업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실물 부동산 펀드에 비해 초기 분양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행사들이 토지를 구매하고 금융권에서 자금을 별도로 조달하는 것과 달리 금융권에서 주도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업 안정성이 커지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기금·공제회의 자금인 만큼 인·허가 단계 등 초기 투자는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특성상 계약 단계 등 초기에 투자할 수는 없다”며 “어느정도 사업이 진행돼 시장 리스크 정도 부담할 정도의 수준의 오피스나 주택 등의 딜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