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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미혼모 지원정책, 저출산 해법으로 고려해야

선상원 기자I 2017.09.27 05:30:01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장] 2005년부터 10년 이상 저출산 정책을 시행했으나 전망이 밝지 않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혼 부부들도 자녀를 낳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02년 이래 15년 이상 40만명을 유지하던 신생아 출산이 내년에는 35만명 이하로 떨어진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백약(百藥)이 무효(無效)인 것 아닌가.

자녀를 낳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녀를 기르기 힘들다는데 있다. 과거에는 남편은 직장에 나가 돈을 벌고, 아내는 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전담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집집마다 자동차는 기본으로 굴려야 하고, 매년 한 번 정도는 해외여행 가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과거와 같이 혼자 버는 수입구조로는 가계 운영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엄마까지 직장에 나가야 하니 자녀를 기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재의 저출산 대책은 맞벌이 부부를 전제로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 일·가정 양립 제도가 그 예이다. 산전후 출산휴가, 육아휴직, 정시출퇴근 문화, 예고 없는 회식 안하기, 남성의 육아참여 등.

그런데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미혼모부(未婚母父)가정(‘미혼모’)이다. 엄마 아빠가 공동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것도 힘든데, 혼자서 자녀의 양육, 가사는 물론 돈까지 벌어야 한다. ‘철 없이 앞가림도 하지 못하면서 일을 저지른 것’으로 치부하고 외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혼모는 부모와 친척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다. 정부는 자녀를 가진 24세 미만의 미혼모에게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고작 월 12만원의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 돈으로 아이를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저귀 값도 안 될 것이다. 한마디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미혼모가 자녀양육을 포기한다. 자녀 양육을 포기하는 미혼모가 매년 1000여 명이 넘는다. 아마 OECD회원국 중 상위에 랭킹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알기로는 네덜란드나 스웨덴 같은 나라는 매년 2~3명에서 20~30명 정도의 미혼모가 자녀 양육을 포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프랑스도 600여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엄마나 아빠에게 버려진 아이들은 어떻게 살까. 운이 좋은 아이들은 국내 가정에 입양된다. 친부모 보다는 못하지만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가족의 중요성을 느끼며 산다. 반면 입양이 되지 않은 아이들은 보육원에 들어가게 된다. 지금도 280여개의 아동양육시설에 1만4000여명이 살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라는 개념을 모르고 자란다. 18세가 되어 달랑 300만원을 받고 퇴소한다. 이들은 같은 시간 기상하고 잠들어야 하는 획일적인 환경 속에서 산다. 매일 엄마가 바뀐다. 퇴소할 때는 엄마라고 불렀던 사람이 수십 명에 이를 것이다.

선진국처럼 양육미혼모가 자녀를 기를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한다면 이러한 아이들의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임신중절도 크게 줄어 들 것이다. 공식 통계가 없어 그 숫자에 대하여 이야기가 분분하지만 적게 잡아도 한 해 16만건이 된다고 한다(산부인과 학회에서는 100만 명으로 추산한다). 이중 40% 정도가 미혼모의 혼인 외 임신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이들 미혼모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지원한다면, 많은 미혼모들이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것이다.

무엇보다 부모 품에서 자라는 아이가 행복하지 않겠는가. 세계아동인권선언은 ‘아동은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살아야 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또한 자녀를 품에 거두어 기르는 모성(母性)이 행복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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