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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 24명이 꾸민 미술관 속 '환상의 정원'

김용운 기자I 2016.10.31 06:05:00

서울미술관 '비밀의 화원' 전
동명영화 소재로 새롭게 해석
회화·설치·사진 등 75점 전시
각박함 벗어나 힐링공간 표현

윤병운 ‘창문들’(사진=서울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작가의 예술혼이 오롯이 담겨 있는 미술작품을 보면 덩달아 감성이 풍부해진다. 정서적인 휴식과 따뜻한 위로를 느끼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의 ‘비밀의 화원’ 전은 회화·사진·설치 등 다양한 분야의 현대 미술작품으로 관람객에게 일상에서의 충전과 휴식을 전하려는 의도에서 마련한 전시다. 전시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다. ‘비밀의 화원’이란 영국의 동화작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동명동화와 조선시대 관청 도화서에서 그림을 그린 ‘화원’(畵員)에서 차용했다.

전시는 조선시대 도화원의 화원들처럼 아직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 24명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아울러 동화 ‘비밀의 화원’의 줄거리를 가져와 75점의 작품을 배치했다. ‘비밀의 화원’은 고집스럽고 폐쇄적인 성격의 주인공 메리가 부모의 죽음 이후 고모부 댁에 머물면서 버려진 화원을 가꾸며 주변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덕분에 동화의 이야기 맥락 안에서 각기 주제가 다른 현대 미술작품이 묘하게 어울리며 흥미를 돋운다.

처음을 여는 작품은 윤병운의 ‘창문들’이다. 눈발이 날리는 창 밖의 이미지를 분할방식의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이는 곧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상징한다. 캔버스에 석회를 입힌 후 석회를 긁어내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상처를 치유하길 갈망하는 현대인의 바람을 다양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식물로 표현한 김유정의 ‘온기’ 시리즈는 동화 ‘비밀의 화원’의 주요 무대인 버려진 화원을 의미했다.

김유정 ‘온기’(사진=서울미술관)


박종필의 ‘비트윈 더 프레시 ’시리즈는 생화와 조화를 한 화면 안에 그려 생명의 의미를 반추하게 한다. 또한 마크 퀸의 ‘실크 로드’는 마치 사진으로 찍어낸 듯한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꽃과 과일의 아름다움을 담아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이명호의 ‘트리’ 시리즈는 예술이 꿈꿔왔던 이상적인 자연을 작가들이 어떻게 고민했는지 보여주며 동화 ‘비밀의 화원’ 속 주인공 메리가 황폐한 정원을 가꾸며 바라던 풍경을 암시한다.

이외에도 진현미의 ‘겹: 더 레이어-0103’에서는 장막처럼 여러 겹으로 겹쳐 설치한 그림을 통해 입체적으로 산수화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신소영의 ‘그리는. 그리다’는 현실의 각박함을 벗어나 위로와 편안함을 주는 상상의 공간을 묘사했다. 한승구의 설치 ‘스킨 오브 스킨-디아 2’는 불빛을 내는 꽃들을 통해 ‘비밀의 화원’이 희망을 주는 공간으로 변신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시장 마지막 공간에는 ‘스페셜 게스트 존’을 구성해 국내 처음 소개하는 앤 미첼과 히로시 센주의 작품을 준비했다. 미첼은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사진작품으로 유명한 사진작가며, 히로시는 1995년 동양인 최초로 베니스비엔날레 회화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일본의 화가다. 전시는 내년 3월 5일까지다.

히로시 센주 ‘폭포’(사진=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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