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찔끔 지원에 구색 맞추기 文 일자리 정책…“백지서 새판 짜야”

최훈길 기자I 2021.12.10 07:40:46

이데일리·국가인재경영연구원, 일자리 컨퍼런스
청년, 女 경력단절, 중장년 이·전직 파격지원해야
사회적 대타협으로 규제혁파·노동개혁 추진 필요
양질 일자리 창출 기업에 인센티브 아끼지 말아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그동안 정부는 청년들에게 버티라는 식으로 ‘찔끔 지원’만 했습니다. 정부가 제 역할을 했습니까. 이대로 가면 코로나19 같은 어려움이 다시 올 때 실직·이직이 계속될 것입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9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일자리 컨퍼런스(주최 이데일리·국가인재경영연구원)에서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쓴소리를 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제대로 된 지원 정책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2021 이데일리 일자리 컨퍼런스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렸다. 윤동열(왼쪽부터)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 최우재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이정훈 이데일리 경제부장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1순위 일자리 정책은 청년취업 지원”

우선 청년 일자리 대책이 도마에 올랐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령층 일자리는 늘어나는데 30대는 오히려 줄었다”며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청년취업 지원”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통계청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35만2000명 늘었는데 30대는 2만4000명 줄었다. 30대 취업자는 20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하려면 파격적인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우재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고용시장 초기 진입을 지원해줘야 한다”며 “최대 10조원 가량 신지식·신기술개발 관련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청년들에게 고용보험, 일자리 경험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유진 대표는 “청년들을 내실 있는 현장에 바로 투입하는 직업훈련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생활이 보장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도 “청년들이 받고 싶은 직업훈련이 있어야 한다”며 “직업훈련을 받는 동안 안전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지원 강화도 향후 과제로 제시됐다. 문 대표는 “아이를 낳고 일하는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게 돌봄 문제”라며 “아빠도 육아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남성 근로자들도 출산 이후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도록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며 “공공 주도로 패러다임을 바꾸면 민간도 따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윤 교수는 “그렇게 되면 공공기관에 채용이 더 쏠리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재경영연구원은 “기업이 만든 일자리가 진짜 일자리”라며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11대 정책을 제언했다.(자료=국가인재경영연구원,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그래픽=김정훈 기자)
청년, 여성 못지않게 중장년층의 이·전직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통계청의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인구(1476만6000명) 가운데 1000만9000명(68.1%)이 장래에도 일하기를 원했다. 이들은 평균 73세까지 일하기를 원했지만, 대부분 40~50대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은 “4차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업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 공유경제, 배달 서비스에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도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표적집단면접(FGI)을 해보니 정규직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며 “규제를 풀어 기업 지원을 하되 스타트업·플랫폼기업 근로자들한테 적정 임금을 부여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여론조사를 한 결과, 1순위 규제개혁 대상은 노동 규제(40.4%)였다. 윤 교수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처럼 생산성과 고용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동열(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 이정훈 이데일리 경제부장,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최우재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 모습. (사진=노진환 기자)
◇“노사갈등 해소하려면 사회적 대화 필요”


규제혁파·노동개혁이 추진되려면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대타협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문 대표는 일자리위원회에 청년·여성측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를 전했다. 그는 “여성, 비정규직은 의제를 개발하는 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다”며 “결정 권한은 주지 않고 구색 맞추기식”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굉장히 다원화된 사회에서 불거진 갈등을 해소하려면 사회적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만들고 이들의 목소리를 내실 있게 일자리 정책에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도 “백지에 그리듯이 일자리 정책을 새로 쓰는 게 필요하다”며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패널로 참석한 이정훈 이데일리 경제부장은 “코로나 팬데믹은 일자리 위기이자 기회”라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코로나로 취약계층, 여성, 청년, 소상공인의 일자리 시스템 부재가 드러났다. 팬데믹을 계기로 일자리 지원정책 부재를 반성하고 늦췄던 숙제를 해야 한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게 정부의 적극적인 세제 지원과 다양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실업자가 110만명을 넘어섰다. 단위=명 (자료=통계청)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