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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본부 AI(인공지능)센터장을 했던 김혜영 상무는 올 초에 삼성SDS 디지털마케팅팀장(상무)로 이직했다. 김 상무는 2016년 롯데미래전략센터에 입사해 롯데그룹 AI추진 TF장 등을 거쳐 이커머스 사업부의 AI 전략을 담당했다.
그는 2019년 IBM이 선정한 ‘전세계 AI 부문 여성 리더 40인’에 선정됐던 AI 전문가다. 롯데쇼핑에서는 AI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온·오프라인 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7년 말 선뵌 IBM 왓슨 기반의 AI 쇼핑 어드바이저 ‘샬롯’이 김 상무의 작품이다. 또 김 상무는 롯데그룹 차원의 AI 추진 전략을 수립해 그룹사의 AI 도입을 지원하기도 했다.
롯데온 플랫폼센터장을 맡았던 김현진 상무도 1년 만에 롯데를 떠난 경우다. 작년 9월 11번가에서 롯데쇼핑으로 옮긴 지 1년이 채 안돼 CJ제일제당 디지털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갔다
업계에선 2016년 이후 들어왔던 이들이 롯데쇼핑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지만 한계에 부딪쳐 떠났을 것이란 관측이다. 롯데 계열사의 한 임원은 “외부전문가로 영입된 사람들이 적은 권한과 복잡한 보고 절차에 힘이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디지털 전환 분야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회사는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봤다.
지난 7월에는 롯데이커머스 사업부에서 20여년간 근무했던 임성묵 상무가 의류회사 배럴로 옮겨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외부에서 영입됐던 IT 전문가와 달리 임 상무는 롯데닷컴 시절부터 회사의 온라인 사업을 이끌었던 주축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롯데의 온라인 사업을 담당했던 임원들의 부담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이 이베이 출신인 나영호 롯데온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조영제 e커머스사업부장(전무)를 경질하면서 함께 일했던 임원들이 줄줄이 떠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는 사실상 격변기이지만 롯데온은 조직 정비를 하느라 제대로 힘을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출범 1년도 안돼 수장이 교체되면서 내부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아 있다. 나 대표 체제에서 롯데온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선방하고 있지만 경쟁업체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실제 롯데온의 작년 거래액은 7조 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증가에 그쳤다.
반면 경쟁업체인 쿠팡은 미국 상장 이후 확보한 자금으로 물류센터를 전국 단위로 늘리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네이버는 약점으로 평가받던 신선식품을 강화하기 위해 장보기 서비스를 강화하고 CJ대한통운과 함께 풀필먼트센터 구축에 나섰다. 신세계는 SSG닷컴을 키우는 한편 이베이를 인수하며 외형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들어갔던 외부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놀란다”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지만, 유통 임원들은 성과가 안보이는 디지털보다는 영업에 더 신경쓰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 인력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롯데온은 지난 4월 부사장급의 나영호 대표를 포함해 준임원급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해 사업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