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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땅꾼의 땅스토리]무시하면 안 되는 '접도구역'

김범준 기자I 2020.04.25 08:00:00
[전은규 대박땅꾼Lab 소장] 접도구역은 보통 ‘숨은 땅’이라고 알려져 있다. ‘접도구역’은 도로와 붙어 있는 땅으로, 도로가 확장될 것을 대비하거나 차량 이탈사고 등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도로 경계선에서 일정 거리 이내의 지역을 지정한 곳이다. 접도구역은 일반국도의 경우 도로 경계선으로부터 5m 이내, 고속도로의 경우 20m 이내로 지정할 수 있다. 이 접도구역으로 지정되면 건물의 신축이나 증축, 땅의 형질변경에 제한이 생긴다.

오래 전 한창 토지 투자를 하러 다니던 시절에 중개사가 “이곳은 접도구역으로 표시돼 있어도 소유자의 토지라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깜짝 놀라 “접도구역은 건축행위를 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중개인은 “당신이 뭘 아느냐”며 면박을 준 일이 있었다. 물론 나는 그 공동투자에 투자하지 않았지만 너무나 당당한 중개사의 말에 내 지식이 잘못됐는지 확인해봤다.

결론은 나의 지식이 맞았다. 접도구역으로 지정되면 이 지정 부분 외의 지역에서만 건축이 가능하다. 만약 건축을 하게 되더라도 접도구역은 보통 주차장과 같이 개발행위가 아닌 용도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접도구역이 속한 땅을 구매할 때 접도구역으로 지정된 만큼은 정상가에서 차감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번 대전에서 세미나를 진행했다. 카페 세미나에서는 몇 가지 퀴즈를 내면서 참석자들의 생각을 넓히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퀴즈 시간에 ‘접도구역’에 대한 이점을 설명하던 나에게 한 회원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는 2차선 도로변에 330㎡(100평) 정도 되는 땅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단순 투자용으로 땅을 구입하다 보니 접도구역이 있는 땅을 매입했다고 한다. 막상 구입하고 5년 정도가 지나 주변 시세가 두 배정도 올라 땅을 내놓았는데, 어째서인지 자신의 땅만 거래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딱한 사정을 듣고 함께 땅을 분석해보니 안타깝게도 긔의 땅 중 절반이 접도구역에 닿아 있어 건축행위도 하기 힘들었다. 나는 가지고 있어도 돈이 되지 못한다고 회원에게 말해주었고,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했던 가격 그대로 되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4년 9월부터 정부는 이 접도구역의 규제를 어느 정도 풀었다. 기존 고속도로 양쪽 20m에 달하는 접도구역을 10m로 확 줄인 것이다. 이로써 여의도의 18배에 달하는 면적이 규제에서 벗어났다. 고속도로변 접도구역을 소유하고 있던 많은 지주들에게 희소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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