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토교통부와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로 쓰이는 서울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1만 1491건에서 부동산대책이 나온 12월 9589건으로 떨어졌다. 이후 지난 1월에는 5571건으로 반이나 줄었고 코로나19 심각 단계에 들어간 지난달에는 2597건으로 전월의 절반 수준이 됐다. 건설경기도 ‘최악’을 내다보고 있다. 3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는 51.0으로 전달보다 30.9%포인트 폭락했다. 2018년 9·13대책으로 규제를 받았던 2018년 11월 47.4로 떨어진 이래 17개월 만의 최저치다.
◇“대폭락 올 것” vs “상승세 유지”
이 같은 상황에서 이데일리는 부동산시장 전문가 9명을 대상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물어봤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세계적 유행(팬데믹)으로 치달을 땐 집값 하락과 거래감소 등 부동산경기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와는 별개로 집값 상승세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없지는 않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악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한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당시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금융위기가 발발한 8월부터 12월까지 집값이 약 20%나 빠졌다”고 말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과거 수요 심리가 감소하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을 겪은 바 있다”며 “집값이 하락하면 가계 자산이 흔들리면서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뉴욕증시가 지난 9일(현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하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의 ‘트리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택이 이미 상품화한 상황에서 부동산이 경기 후행지표가 아닌 증시와 ‘동조화’ 현상을 보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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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집값 하락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대기 수요를 입주 물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 하는 한 폭락이 발생하기는 어렵다”라고 했다. 권 교수는 “집값 폭락이 발생하려면 풍선효과가 없어야 하는 데 풍선효과가 인천 등으로까지 확대한 상황이다. 수요 대기가 충분하다는 것으로 집값 폭락은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전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재계 전체가 휘청거리던 시기인데 지금 코로나 사태로 전 기업이 휘청거릴 정도로 어렵다고 할 수는 없다”며 “집값은 하방 경직성이 높은 자산인데다 ‘그래도 집값은 오른다’라는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폭락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인하해도 집값 급등 안할 것”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에 대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방어할 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핵심은 ‘금리인하’다. 유동성 확대를 통해 부동산 가격 낙폭을 어느 정도 방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금리인하시 집값 상승은커녕 큰 효용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p(포인트) 전격 인하한 데 이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에서는 다음 달에는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제 악화는 주택시장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무조건 집값이 오르고 내린다고 하기에는 예측 불가능한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인하로도 집값 상승이 아닌 되레 큰 효용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금리를 인하해도 대출이 막혀 있기 때문에 레버리지(지렛대)가 없어 집값 상승 여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충격 탓에 금리 인하에도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우하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 자문업체 ‘도시와 경제’ 송승현 대표는 “거시경제가 무너지면 집값 하락이 생길 여지가 크고 금리인하로 낙폭을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지만 단기적일 뿐 장기적으로는 우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정책적으로 ‘분양가 상한제’ 기간 유예를 통해 건설경기를 띄우고 ‘보유세 중과’ 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등 기존 정책을 미세조정하면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