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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졸업 시즌을 맞아 더욱 우울한 대학가

논설 위원I 2019.02.25 06:00:00
대학가가 졸업 시즌을 맞아 더욱 침울한 분위기라고 한다. 취업난 악화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예년 같으면 웬만한 상위권 대학의 경우 이미 졸업을 앞두고 상당수 학생들이 대기업 취직이 확정됨으로써 졸업식장이 서로 축하를 주고받느라 떠들썩했으련만 이젠 그런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취업 못한 내색을 들키기 싫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하는 젊은이들이 이처럼 아무런 대책도 없이 떠밀리듯 대학 문을 나서게 됐다는 자체에서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적인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이들이 앞으로 펼쳐나갈 사회생활에 대한 기대와 희망보다는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하물며 비싼 등록금을 들여 대학을 졸업하고도 사회 참여의 기회가 유예된 본인들의 참담한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주변의 몇 마디 위로로 해결될 성질이 아님은 물론이다. 기성세대가 공동으로 느껴야 하는 책임이며, 부담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이러한 기류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더 심각하다. 국내적으로 기업들의 생산·투자가 악화되고 있으며, 대외 여건도 계속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일자리가 갑자기 늘어날 리 없다는 얘기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초년병들에게는 물론 내년, 내후년 졸업생들에게도 마땅한 기회가 부여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저마다 공무원 시험을 시도해 보다가 스스로 제풀에 꺾여 아예 취업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도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데는 무엇보다 정부 책임이 크다. 스스로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최악의 고용참사를 야기하고 말았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빈말로 그친 탓이다.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운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자영업자들마저 문을 닫아거는 판국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뜻이다. 세금을 풀어 단기적인 지원에 나서기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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