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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 前대법관 소환...'사법농단' 수사 정점 향하는 檢

이승현 기자I 2018.11.19 05:30:00

임종헌 직속상관 박 전 대법관, 양승태에 보고 의심
강제징용 재판 지연·통진당 소송 등에 관여한 의혹
박 전 대법관 공모인정 여부, 양승태 수사 최대 관건

박병대 전 대법관.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한 검찰이 그의 직속상관인 박병대(61)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을 직접 조사키로 하면서 양승태 사법부 사법농단 수사가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오는 19일 박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공개 소환했지만 박 전 대법관의 소환현장은 공개키로 했다. 박 전 대법관은 올 들어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외부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모 인정할까…양승태 수사 핵심 관건

박 전 대법관은 실무를 총괄한 임 전 차장의 직속상관으로서 진행상황을 보고 받고 이를 양승태(70)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지난 14일 구속기소된 임 전 차장이 검찰 조사에서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박 전 대법관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최종 타깃인 양 전 대법원장 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 단계가 박 전 대법관의 입장을 들어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 동안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다. 이 시기는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하던 때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일제 강제징용자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서울 삼청동 공관에서 소집한 이른바 ‘2차 회동’에서 재판지연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대법원을 대표해 재판결과를 뒤집어달라는 청와대 측과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 받는다.

검찰은 또 박 전 대법관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소송에서 ‘의원지위 확인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법원의 권한’이라고 판결문에 명시하도록 재판부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또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요청을 받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건네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3억 5000만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공소장에 이미 박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적시한 상태다. 박 전 대법관이 검찰 조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를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할 지가 관건이다.

검찰이 신병확보에 나설 지도 관심사다. 대법관 출신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건 사상 처음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만큼 직속상관이자 공모자인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박 전 대법관 후임 법원행정처장인 고영한(63)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는 예정된 일정이다. 이르면 이달 안으로 양 전 대법원장 소환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檢, 전·현직 대법관들 수사

검찰은 다른 전·현직 대법관 수사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의 상고심 주심이었던 민일영(63) 전 대법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원 전 원장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요구사항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에 반영됐는지 여부를 추궁했다.

이인복(62) 전 대법관도 조사를 받을 수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이 전 대법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재직하며 옛 통합진보당의 잔여재산 관련 재판개입 의혹에 연루된 정황을 포함했다.

현직인 권순일·이동원·노정희 대법관도 조사대상으로 꼽힌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권순일(59)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차장 재직 시절 강제징용 재상고심 지연과 관련해 임 전 차장(당시 기조실장)에게 보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원(55)·노정희(55) 대법관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의혹과 관련해 당시 하급심 재판장을 맡았다. 검찰 관계자는 “누구를 소환할 지는 여러 가지를 감안해 결정한다”며 “(소환조사가) 필요한데 어떠한 입장이나 지위 때문에 수사를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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